삼성전자.현대차.LG전자.하이닉스 등 선전
전문가들 "글로벌 위기에도 기술력+환율 수혜로 우뚝"


증권팀 =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전반적인 국내외 실물 경기침체 속에서도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각 분야 국내 대표 기업들은 올해 1분기에 글로벌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한 단계 도약했다.

기술 경쟁력에다 우호적인 환율 환경 등이 조성되면서 이들 기업은 전후 사상 최악이라는 경기 침체기를 선두업체와의 간격을 좁히는 동시에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늘리는 기회로 활용했다.

주가 역시 경쟁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이며 이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 자동차부문 현대차…산업재편과정서 강점이용 위상강화

현대차는 경기침체로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원화 약세와 중.소형차의 강점을 바탕으로 오히려 위상을 강화했다.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73.5% 줄고, 영업이익률도 6.58%에서 2.55%로 크게 떨어졌다.

겉보기에 따라선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듯 보이지만,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경기침체 속에 휘청거린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순항한 셈이다.

일본 도요타의 1분기 영업 적자가 전분기보다 배 가까이 확대된 것을 비롯해 GM과 포드, 혼다, 닛산 등 주요 업체들 대부분이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적자 행진을 지속하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자국 화폐를 기준으로 한 주가 등락률 조사에서도 현대차 주가는 올해 초보다 82.53% 급등하며 도요타(31.2%), 혼다(49.0%), BMW(23.4%), 폴크스바겐(-0.8%), GM(-76.7%) 등을 여유 있게 제쳤다.

우리투자증권 손명우 연구원은 "현대차가 선방한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데다 마케팅과 인센티브 제공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환율 변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는 개발단계부터 환율이 1천원 이하가 되더라도 이익이 나도록 설계하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 효과는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더 노력해야 하고, 기술개발과 노사 화합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반도체부문 삼성전자.하이닉스…기술력 앞세워 `우뚝'

삼성전자 D램 반도체 부문은 올해 1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이 전분기보다 3.6% 증가한 2조4천744억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영업손실 5천428억원, 영업손실률 21.9%를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업체 가운데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늘어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영업손실률을 전분기 52.4%에서 39.2%로 대폭 줄였다.

두 업체 모두 영업적자를 지속했지만, 경기침체와 계절적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외국 경쟁업체들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실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가 1분기에 135.2%의 영업손실을 본 것을 비롯해 파워칩이 124.3%, 일본의 엘피다가 106.2%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미국의 마이크론도 65.5%의 영업손실률을 보였다.

이러한 실적 호조는 주가와도 연동돼 삼성전자가 올해 초보다 22.4% 급등하고, 하이닉스는 무려 111.3%나 올랐다.

대신증권 반종욱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D램 1Gb(기가비트)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대만 경쟁업체들보다 50센트 이상 원가경쟁력이 있다"며 "작년 4분기 D램 가격이 60센트까지 내려갈 정도로 폭락했을 때 다른 경쟁업체들은 감산에 들어갔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거의 감산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원가경쟁력 확보의 바탕이 되는 미세 나노공정 기술력이 국내 업체들의 선전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 휴대전화부문 삼성전자.LG전자…글로벌 업체중 유일하게 영업익↑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업체 `빅 5' 가운데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전분기보다 증가한 곳은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LG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 1억5천만달러에서 올해 1분기에는 1억8천만달러로 늘었고, 영업이익률도 5.3%에서 6.7%로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률이 2.0%에서 11.0%로 5배 넘게 증가했다.

반면 모토로라는 적자 행진을 지속했고, 소니에릭슨의 경우 적자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부동의 1위 업체인 노키아는 비록 선두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34% 가까이 급감했고, 영업이익률도 12.3%에서 10.7%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노키아를 바짝 뒤쫓고, LG전자는 그동안 치열한 3위 경쟁을 벌여온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을 확실히 제치며 여유롭게 `톱3'에 등극했다.

주가상승률에서도 LG전자는 올 초보다 54.4% 급등하며 모토로라(44.0%)를 제압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승호 연구원은 "LG전자, 삼성전자의 약진에는 수요 변화에 맞춰 최고급 휴대전화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며 "환율도 전분기보다 평균 50원 가까이 오르는 등 우호적인 환율 환경도 수익 창출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쟁업체인 모토로라, 소니에릭슨은 현재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을 보다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pseudojm@yna.co.kr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