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금색이면 제값보다 비싸 보인다(?)'

중저가 골드메탈 시계가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서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최근 복고 유행 속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금색으로 패션에 포인트를 주려는 남성들이 많기 때문.가격도 최저 5만원에 불과해 실속파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는 '카시오'와 '닉슨'이다. 카시오의 '데이터 뱅크 골드 빈티지' 2종은 온라인몰에서 5만~8만원에 판매된다. 시계 본판에 미니 계산기가 붙어 있는 게 특징이다. 1968년 미국에서 론칭한 닉슨의 '뱅크스'와 '플레이어'(사진)는 카시오보다 묵직하고 두꺼우며 가격도 20만~50만원대로 비싸다. '뱅크스'는 듀얼타임을 적용할 수 있는 서브 다이얼이 장착됐다.

백화점들은 이런 트렌드를 겨냥해 발빠르게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07년 신촌점에서 처음 닉슨 시계를 판매한 이후 지난해 미아점,올 4월 목동점에 닉슨 편집매장을 열었다. 신촌 · 미아점의 올 1~5월 닉슨 시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신장했다. 천호점 시계 편집매장에선 40여종의 카시오 제품 중 골드메탈 시계는 입고되는 대로 팔려 나갈 만큼 인기가 높다. 가격은 카시오가 10만원대,닉슨은 50만~70만원대.김동한 시계바이어는 "같은 가격대의 일반 시계보다 금장이 주는 고급스러움과 비싸 보인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며 "닉슨 · 카시오와 함께 '캘빈클라인'과 '시티즌'의 골드메탈 라인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중저가 시계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한 가운데 골드메탈 시계는 신장률이 30%에 달했다. 홍성권 시계MD(상품기획자)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골드컬러로 포인트를 준 콤비스타일을 찾는 고객들도 많다"며 "골드메탈 시계의 유행은 여름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온라인몰에서도 골드메탈 시계가 인기다. 오픈마켓 11번가에선 지난달 골드메탈 시계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일부 판매자들은 '품절' 공고를 내기도 했다. 롯데닷컴은 35%,디앤샵도 25% 각각 매출이 늘었다.

김준수 11번가 잡화팀장은 "최근 복고 열풍 속에 1980년대 졸업 · 입학선물이자 '아빠 시계'로 여겨졌던 골드메탈 시계를 소비자들이 찾기 시작했다"며 "환율 상승으로 가격이 10~20% 올랐어도 하루 100여개씩 팔린다"고 말했다. 김미자 디앤샵 뷰티 · 주얼리MD는 "불황 여파로 명품시계를 사기 힘든 대신 중저가 시계를 많이 찾고,시계줄도 가죽보다 메탈류가 더 고급스럽고 땀도 안 차 장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