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식품회사 네슬레의 커피병 라벨에 실린 모델 사진을 둘러싼 초상권 침해 공방에 대한 미국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원은 지난 2005년 판결에서 네슬레가 지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테이스터스 초이스 커피병에 한때 영화배우 등으로 활동했던 러셀 크리스토프의 얼굴 사진을 허락없이 사용한 대가로 1천560만달러(당시 환율 160억원)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항소법원이 크리스토프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번복, 법적 공방이 주 대법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4일 전했다.

미국영화협회(MPAA)는 네슬레 측의 입장을 지지하는 반면 미국영화배우조합(SAG)은 원고인 크리스토프 측을 응원하고 있다.

이 사건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사로 일하던 크리스토프는 한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네슬레 커피병에 자신의 사진이 실린 것을 보고 지난 1986년 250달러를 받고 네슬레를 위해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크리스토프는 사진을 촬영하면서 사진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면 추가로 돈을 받기로 계약했으나 오랫동안 자신도 모르게 사진이 네슬레의 상품에 이용된 사실을 알고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얼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대가로 네슬레의 이 기간 순익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델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네슬레 측은 항소했고, 2심 법원은 이 사건은 침해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소송이 제기돼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사생활침해 금지법이 적용돼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3일 시작된 주 대법원 심리에서도 이 사건을 사생활침해 사건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저작권 보호사건으로 다뤄할 지가 쟁점이 됐다.

주 대법원은 앞으로 90일 내에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