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퇴임 후 회사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대부분 반납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4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올초 사장단 인사에서 상담역으로 물러난 이 전 부회장은 회사가 퇴임 최고경영자(CEO)에게 지급하는 수억원의 연봉뿐만 아니라 사무실 · 차량 · 비서 제공 등과 같은 예우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사장으로 퇴직한 사람에게 첫 3년은 상근 상담역,나중 3년은 개인에 따라 비상근 자문역을 맡겨 억대의 연봉과 품위 유지에 필요한 각종 혜택을 지원한다. 부회장으로 퇴직하면 이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사실상 '종신 예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관계자는 "퇴직 CEO가 회사의 공식 예우 프로그램을 거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인사팀에서 이 전 부회장을 찾아가 설득했지만 끝까지 고사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자신을 찾아온 인사팀 관계자에게 "그동안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즐겁게 일해 왔는데,현업을 물러난 마당에 특별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얘기는 배짱 좋고 개성이 강한 이 전 부회장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경우라며 그룹 전반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2001년부터 2007년 초까지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사장을 맡아 삼성 휴대폰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었던 인물로 '미스터 애니콜'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예우를 물리친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아니 뭐,별것도 아닌데 그런 걸 물어보느냐.기사화하지 말아 달라"고 짧게 대답했을 뿐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