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계열사 1년새 40개 늘어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일 기준 자산총액 상위 10대그룹(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계열사는 478개로 1년 전보다 40개 늘었다.

자산총액 1위인 삼성은 상호출자에 제한을 받는 계열사가 59개에서 64개로 늘었고 2위인 현대차는 38개에서 42개로 증가했다.

LG는 37에서 54개, 롯데는 47개에서 53개, 현대중공업은 10개에서 14개, GS는 59개에서 64개, 한진은 30개에서 35개, 두산은 22개에서 27개로 각각 상호출자제한 계열사가 늘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인수ㆍ합병(M&A) 시장의 대어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배탈이 난 금호아시아나는 구조조정에 들어가 계열사 수를 53개에서 48개로 줄였다.

작년 6월 초 83개까지 늘었던 SK의 계열사 수도 77개로 감소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였던 대기업들은 2005년 이후 경기회복을 틈타 계열사 수를 꾸준히 늘려왔다.

2005년 4월 초 335개이던 10대 그룹의 계열사 수가 4년2개월 만에 143개(42.7%) 늘었다.

10대그룹의 자산규모도 2004년 말 372조3천550억 원에서 작년 말 638조8천220억 원으로 4년새 71.6% 급증했다.

계열사 수가 늘어나는 추세보다도 자산규모 증가세가 더 가파른 셈이다.

대기업집단이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계열사를 늘리는 것은 신성장사업을 찾기 위한 투자활동으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위험한 시기라고 투자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며 "기업들이 회사를 설립하거나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나서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신산업을 개척하기보다는 손쉬운 인수ㆍ합병(M&A)이나 지분투자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형태를 꼬집는 이들도 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장)는 "대기업들이 실물투자를 하지 않고 지분투자와 M&A 등 자산운용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며 "과거에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재벌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 부분을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기업의 설비투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뚜렷한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최근 1년간 재벌 계열사 증가도 회사설립보다는 지분취득 방식이 많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증가는 실물투자 확대와는 거리가 있다"며 "주로 소규모 계열사를 신규 설립하거나 다른 회사의 지분을 취득해 계열사로 편입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들이 회사를 새로 설립하는 경우 유통, 전산, 물류, 광고 등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고 계열사 간 거래를 독점하는 회사를 설립해 그룹 오너의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