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국부(國富) 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 사절단이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했다. 일본에 몇 차례 방문한 적은 있으나 한국에 오기는 처음이다. 산업은행이 대기업 구조조정용으로 준비 중인 PEF(사모펀드)에 참여하는 방안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 등 금융회사들과 1 대 1 투자 상담도 진행한다.

투자 사절단에는 국부펀드,정부기관,투자회사 등 17개 기관의 수장(首長)들이 포함돼 있다. 이 중 ADIA(극동지역 자본담당 국장 참가)는 자산 운용 규모가 8750억달러로 LG디스플레이 주식 200만주가량을 보유(작년 말 기준),8대 주주로 있다.

작년 10월 미국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을 매입해 주목을 받았던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도 함께 왔다. ADIA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표적인 국부 펀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 정도의 대규모 투자 사절단 방문은 처음인 만큼 이것 자체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원저(低) 현상에 따른 투자비용 감소,저평가된 부동산 가격,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잠재력을 높이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4일 아부다비 경제개발부 장관,ADIA 극동지역 자본담당 국장 등 투자 사절단의 고위 인사를 대상으로 세일즈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9개 대기업 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주도한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용으로 3조원가량의 사모펀드를 준비 중이다. 최대 1조원은 산은이 부담하되 나머지는 국내외에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은은 지난달 26일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와 공동으로 펀드 설립을 추진하는 등 상호 협력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조환익 사장은 "작년에 ADIA를 방문했을 때 대우조선해양,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이번 방한이 일본과 함께 이뤄지는 투어 형식이기 때문에 당장 투자 계약 체결은 없겠지만 향후 협상에 물꼬를 트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도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포함된 정부 투자 유치단을 구성해 오는 7일 카타르와 UAE를 잇따라 방문하기로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