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바이 차이나(중국산 제품 우선 구매)' 행보가 노골화되고 있다.

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업 · 정보화부 감찰부 부동산도농건설부 교통운수부 철도부 수리부 상무부 국무원법제판공실 등은 산하기관에 공동 통지문을 보내 정부 투자 프로젝트 입찰 때 국산 장비가 차별받는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중국 장비제조업의 구조 고도화와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계자는 "정부 투자 프로젝트는 정부조달 시장과 같아 중국 내에서 구하기 힘든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산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며 "수입제품을 살 경우 반드시 구매 전에 국가 규정에 따라 관련 부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통지문은 국가의 주요 건설 프로젝트나 재정자금으로 주요 장비나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 재정자금을 신청할 때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혁신 제품을 구매하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라고 지시했다. 또 외국 브랜드를 직 · 간접적으로 지칭하는 구매조항을 갖고 있거나 국산 설비 사용을 제한하는 위법 행위를 한 경우 법률적인 책임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바이 차이나 조치는 지난달 중국 국무원(중앙정부)이 발표한 정부조달 관리강화 지침에 이은 것이다. 국무원은 수입제품의 조달심사를 엄격히 하고 중국 내에서 조달이 가능한 제품은 모두 중국산으로 구입할 것을 전국 공공기관에 지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발표한 부처에 감찰부가 들어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방정부에서 외산 장비를 구매해온 관행을 이번 경기부양 과정을 통해서 뿌리뽑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내수 시장의 큰손으로 한 해 예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6% 수준에 이른다.

중국에선 이미 지방정부 차원의 바이 차이나 조항이 잇따르면서 심지어 지방정부 간에도 보호주의 장벽을 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린성 창춘시는 택시나 관용차 구매 때 자기 지역에 공장을 둔 이치자동차의 차를 우선 구매하도록 했다. 안후이성과 후베이성도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자기 지역에서 생산한 철강 시멘트 자동차 기계장비 가전제품 술 등을 우선 구매한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무역기구(WTO)팀의 송영관 연구위원은 "중국은 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해 있지 않아 정부가 필요로 하는 물품 구매시 중국산을 우대하는 것에 대해 WTO가 문제 제기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