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파산보호 신청.크라이슬러는 매각
포드는 반사익 기대

"예전엔 '빅3'였지만 이젠 갈 길이 다르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호령하며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자리 잡았던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의 대형 자동차 3사가 서로 운명이 엇갈리면서 제각각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들 3개 업체는 그동안 극심한 경기 침체와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고 앞으로도 수익성 회복을 최대의 목표로 삼아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크라이슬러는 지난달 31일 주요 자산을 이탈리아 피아트 등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법원의 승인을 받았고 GM도 1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반면, 포드는 독자생존의 길을 걸으면서 반사익을 기대하는 등 운명이 각각 엇갈리고 있다.

미 파산법원은 크라이슬러의 주요 자산을 피아트와 전미자동차노조(UAW), 미국 재무부 및 캐나다 정부 소유의 새 회사에 매각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인디애나주 연기금을 비롯한 일부 채권단이 법원의 결정에 반발해 항소하기로 함에 따라 최종 매각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크라이슬러는 앞으로 노조와 피아트로 소유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새로운 업체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새로 탄생하는 업체의 지분은 UAW가 55%, 피아트가 20%,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10%를 각각 갖게 된다.

1일 파산보호를 신청한 GM은 앞으로 파산법원의 주도하에 채무 조정 및 자산 매각 등의 절차를 시작하게 된다.

GM은 이미 파산보호 신청 전에 UAW 및 채권단과 출자전환 등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룬 상태여서 구조조정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하지만 GM도 크라이슬러와 마찬가지로 손실 분담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채권단이 반발하면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이 새 법인의 지분 10%와 15%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를 갖는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채권단 중 절반을 약간 넘는 54%만이 찬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GM.크라이슬러와는 달리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지 않고 파산보호도 신청하지 않은 채 독자 생존의 길을 가는 포드는 경쟁업체의 몰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GM.크라이슬러의 몰락에 따라 주요 부품공급 업체나 딜러망이 무너지면 포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앞으로 GM과 크라이슬러 대신 포드의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 것으로 보여 매출이 상당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GM과 크라이슬러가 오는 3.4분기에 생산을 거의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포드는 3.4분기의 승용차와 트럭 생산을 작년대비 10% 늘리는 등 공격적인 생산을 통해 차 판매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