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산업정책적으로 가장 고민해 봐야 할 분야가 바로 제약산업이다. 제약산업은 의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단순히 영리산업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제약산업의 공공성에도 불구하고 효율성 때문에 영리형태로 유지해 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제약산업은 기로에 서있다. 신약을 개발해 다국적 제약회사와 경쟁하기에는 힘이 모자라고 특허 만료로 생산할 수 있는 복제약(generic)에 대해서도 이윤이 점점 줄어들면서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복제약에 대해 제약회사들이 과다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제약회사들의 영업비용이 많아 의혹을 받고 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외국계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면 우리나라에서 직접 마케팅을 하지 않고 국내 제약사에 마케팅을 의뢰하거나 아니면 특허료를 받고 한국 제약회사에서 그 약을 생산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특허받은 약을 국내에서 직접 마케팅하거나 아니면 국내 제약회사에 3~5년 단기간만 마케팅을 위탁했다가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직접 판매하는 추세다.

우리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기업에 비해 매출액이 70분의 1도 안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예를 들어 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2007년 매출이 450억달러(약 55조원)인데 비해 국내 최대인 동아제약의 2008년 매출은 7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은 복제약을 생산하거나 신약도 해외 제약회사로부터 기술이전이나 마케팅 대행을 받을 것을 기대해 신약개발에 소홀히 하고 안주하다가 상당히 어려운 위치에 있다. 자체 신약개발의 길은 험난하고 복제약에 대해서는 의료보험에서 점점 약가를 낮추다 보니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외국 제약회사와 특허소송도 많이 겪었고,노바티스에 특허소송을 이긴 후 거꾸로 면역 억제약의 제조기술을 로열티를 받고 넘긴 적도 있다. 그런데 복제약 제조만을 고집하던 한미약품도 작년에 크리스탈지노믹스라는 바이오벤처기업에 지분 및 경영참여를 하면서 신약개발에 나섰다. 최근 다른 중소제약사에서도 자체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이기는 하나 냉정하게 보면 중소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목숨을 걸기는 역부족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15년여 간 제약회사간 합병이 여러차례 이뤄졌다. 다국적 제약회사와 신약경쟁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우리도 제약회사 개편에 나설 때가 됐다. 신약개발에 본격 나설 의지가 있는 기업들은 서로 통합해 매출액 2조원 정도의 기업을 2~3개 만들어 투명 경영을 하면서도 복제약 매출 및 신약개발 두 가지를 같이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정부 또한 장기 플랜을 갖고 신약개발에 나설 여력 있는 기업이 통합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지분교환 등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면서 다른 한편 신약개발 자금을 통합된 기업에 우선 공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신약개발의 경우 바이오 벤처기업의 노력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는 경우가 많아 대규모 제약회사와 바이오 벤처기업 간 협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만 제약산업이 과점화되면 복제약 단가가 오를 수 있어 20~30개 정도 중소규모로 기존의 복제약 제조를 효율적으로 유지할 기업들은 필요하다. 또 현재 복제약을 만드는 중소 제약회사가 200여개가 넘는데 품질관리 등 문제가 많으므로 그 생산시설인 KGMP(우수약품 제조 및 품질 기준) 규격을 강화해 미국 CGMP규격에 접근시켜야 한다.

의료산업은 해외종속이 될 경우 국민 의료비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정책적으로 국내 제약기업의 생존방향을 연구하고 지원해야 한다.

공석환 <加브리티시컬럼비아대ㆍ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