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상승률 사상 첫 0%

경제위기에 빠지고 나서 우려됐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디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29일 잠정 발표한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사상 처음으로 0%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진입을 목전에 두게 됐다.

유로스타트는 세부 항목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작년 상반기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이후 급락하는 등 에너지 가격이 작년 5월에 비해 크게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 0%는 작년 5월과 비교했을 때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로 전문가들은 내달에는 유로존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달 16일 유로스타트가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확정 발표할 때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날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 0%는 블룸버그, 로이터 등이 전문가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를 통해 예상됐던 0.2%보다 낮은 사상 최저치라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대세론에 힘을 싣는다.

특히 유럽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이 전날 5월 소비자물가가 0.1% 하락(통일된 EU 방식의 계산 결과)했다고 발표한 점, 그리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이어 벨기에까지 마이너스 물가상승률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유로존 디플레이션은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이탈리아 유니크레딧은행은 조사보고서에서 "6월에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소비를 진작,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범유럽 차원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면 부양책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정책 당국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가계와 기업이 "물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소비를 유보, 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 등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방법이 상대적으로 효과를 갖는 반면 디플레이션 상황, 가뜩이나 지금처럼 '제로 금리'에 가까운 상황에서는 정책 당국이 꺼내 들 카드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디플레이션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신속히 이를 벗어날 방책을 찾는데 부심하는 유럽 각국이 꺼내 들 카드로는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