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는 영업사원이 아니라 그 차를 쓰는 소비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딜러의 성패는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

도요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부산 · 경남지역 딜러인 동일모터스.지난 22일 부산 중구 중앙동 동일모터스 전시장에서 만난 이규환 사장(50)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 동일모터스는 매달 평균 50~60대의 차를 판다. 전국 9개 렉서스 딜러 중 판매 순위로 중간 정도다. 하지만 고객 서비스만큼은 으뜸이라고 자부한다. 올초 한국도요타가 소비자 설문 등을 토대로 평가한 '고객만족(CS)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수상 비결을 묻자 이 사장은 영업 방침을 설명했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소비자들은 그 어떤 영업사원보다 더 효과적으로 차를 홍보합니다. 한 명의'렉서스 팬'이 5~6명의 신규 고객을 데려와 판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아주 흔하죠.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들에게 세심한 컨설팅을 하고 사소한 불만 하나라도 성의껏 해결해 드려야 하죠."

동일모터스가 고객만족 분야에서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정비 서비스다. 동일모터스는 작년 1월 총 80억원을 투입,부산 사상구에 연간 19만5000대의 차량을 정비할 수 있는 6층짜리 '부산 종합서비스센터'를 개장했다. 수입차 정비센터로는 부산 · 경남지역 최대 규모다. 손원곤 서비스팀 이사(44)는 "지역 내 렉서스 운전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판금 도장 등 각종 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립했다"며 "지금은 정비 직원들의 기술력을 제고해 고객 만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일모터스의 56명 임직원들은 회사 내 '인화'가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밑바탕이라고 했다. 사실 수입차 딜러회사 직원들 간에는 직종별로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관리 · 정비직보다는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해 영업직을 더 우대하는 경향이 강하다. 관리 및 정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영업사원과의 이질감도 발생하게 마련이다.

동일모터스는 독특한 '순환팀제'를 통해 이런 부작용을 극복했다. 19명의 영업직원을 관리 · 정비직원들과 함께 4개팀으로 나눈 뒤 매달 실적 우수팀에 주어지는 격려금을 해당 팀원들이 공유토록 한 것이다. 인민희 기획관리팀 부장(39)은 "4~5년 동안 순환팀제를 운영하다 보니 직원들 대부분이 한 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며 "직원들의 친밀도가 높아지고 직종 간 업무 협조도 원활히 이뤄진다"고 말했다.

동일모터스 회사 건물 곳곳에는 'machi ichibang'이란 글이 적혀 있다. '지역 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되자'는 도요타 본사 경영 방침인 일본어 'まち いちばん'(마치 이치방)을 영문으로 표기해 놓은 것이다. 이 사장은 "단순한 수입차 딜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모터스 모든 임직원은 2007년 2월부터 매달 1회씩 인근 '소화영아재활원'을 방문한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장애아동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인민희 부장은 "장애아동들이 회사 직원들과 친해져 아빠,엄마라고 부르며 따를 때는 마음이 아프면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동일모터스는 지난해 4억원 정도 적자를 봤다. 경기 침체로 2007년 759대였던 판매대수가 작년 680대로 줄어서다. 보통 주요 수입차 딜러들은 판매대금의 10~15%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 중 인건비 판촉비 등 각종 경비를 제하면 5% 내외가 순이익으로 남는다. 하지만 경비를 충당할 수 없을 정도로 차 판매가 줄면 적자를 내는 구조다.

올해는 판매 목표치로 600대를 잡았다. 이 사장은 "경기 부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불황 타개를 위해 동일모터스는 '기본에 더욱 충실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영업사원에 대한 제품 교육을 강화하고 워크숍 골프대회 등 각종 행사 후원을 늘려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 최고급 세단인 'LS 600hL',스포츠형 세단인 'GS 450h',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RX 450h' 등 하이브리드카 마케팅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저속 주행시 전기모터로만 구동돼 일반 차량보다 정숙성이 높고 연비도 좋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이 사장은 "출고까지 몇 달이 걸리더라도 하이브리드카를 구매하겠다며 기다리는 고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카는 앞으로 수입차 딜러의 중요한 매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