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석유 전력 철도 통신 등 국가가 독점해온 기간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시장 지향 경제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뜻으로 중국 정부가 민간 자본을 경제운영의 중요한 주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인한 '국진민퇴(國進民退 · 국영기업의 발전과 민간 기업의 퇴보)'현상을 막고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중국 국무원은 26일 민간 자본의 국내외 투자 확대를 골자로 한 '2009년 심화 경제체제 개혁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국무원은 "전략산업의 국가 독점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더욱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시장 지향의 경제개혁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가가 독점하던 철도 석유 우정 통신 등 전략산업에 민간 자본의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다.

개방의 범위와 조건,외자 투자 허용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왕샤오뤼 중국 국민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들 독점 업종에 대한 외국 기업의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무원은 이와 함께 기업들의 해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자금 대출 및 직접 지원,세제,비즈니스 비자 등 관련 규정을 대폭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을 줄여 민간 기업들이 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앙은행은 환율 제도의 개선을 꾸준히 추진토록 했다. 교육 의료 과학기술 개발 등의 분야에서도 민간의 역할을 증대시키기로 했다.

중국의 산업구조는 전형적인 가분수형이다. 민영기업 수가 전체 기업의 70%를 넘고 있지만 세계 500대 기업에 들어간 중국의 9개 회사가 모두 국영이다.

중앙 정부 부처인 국유자산관리위원회가 관리 · 감독하는 158개 국영기업을 비롯해 각 성정부가 대형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상태다. 거시경제학회 산하 경제연구소의 양위융 박사는 "정부가 제시한 개혁 방안의 키워드는 효율성 제고"라며 "이를 위해 경제운영에서 민간 자본의 역할을 증대시키자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지적했다.

홍콩 현대중국연구소 왕밍순 부소장은 "중앙 정부가 민간 자본을 경제운영 주체로 인식하고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