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회사인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김형래 전무는 매월 둘째 넷째주 토요일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본사 회의실로 출근한다. 2007년 12월부터 한번도 거르지 않은 채 열리는 '토요집중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김 전무뿐만 아니라 국내외영업,생산,연구개발 담당 등 이사급 이상 임원 20명도 마찬가지다.

토요집중회의를 처음 제안한 강덕영 대표는 "평일에 회의를 자주 하면 고객 전화를 즉각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미안할 때가 많다"며 "웬만한 평일 임원회의는 없애는 대신 차라리 토요일에 모아서 하면 고객도 좋고 회의 참석자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토요회의의 특징은 특별한 주제가 없다는 점.다만 둘째주는 실적 점검 중심으로,넷째주는 신제품 개발을 주로 토론주제에 올린다는 원칙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회의이름 그대로 고도의 집중력과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김 전무는 "오전 9시 정각에 시작되는 회의는 대개 도시락 점심을 거쳐 오후 5~6시에 끝나곤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마라톤 회의가 격주로 열리는 셈이다. 주제와 종료시간을 특정하지 않다 보니 회사 현안을 모두 끄집어 내게 되고,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나올 때까지 격론을 벌일 수 있어서다. 회의의 밀도와 완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임원은 "모두가 터놓고 난상토론을 하는 만큼 통합적이고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잘 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임원은 "경영담당이 전에는 잘 몰랐던 복잡한 신약 개발의 핵심 기술원리는 물론 임상시험 일정까지 모두 알 수 있게 되고,연구소장은 반대로 회사 재정 상태와 해외 판매 실적 등의 현안을 두루 꿰게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회사 안팎에선 이 토요집중회의를 '끝장토론',혹은 모든 현안을 다 끄집어 내 점검한다는 점에서 '대청소'라고 부르곤 한다.

참석자들로선 회의 준비 부담도 상당한데다 주말 약속과 같은 개인생활을 '양보'해야 하는 등 다소 희생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다수 임원은 "회의 참석자나 회사 모두에 긍정적 효과가 더 많다"고 말한다. 한 임원은 "2013년까지 수십 종의 신제품 개발 계획은 물론 이와 관련된 영업마케팅 전략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며 "업무 추진 템포가 빨라지다 보니 당초 2011년이나 2012년 출시로 예정했던 개량신약 3가지 품목도 내년으로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임원은 "평일 즉석 회의가 30~40%가량 줄어든 것도 부담을 던 이유 중 하나"라며 "게다가 회의 때문에 받지 못했던 고객 전화도 훨씬 자주 받게 돼 '걸면 걸린다'는 소리도 가끔 듣는다"고 귀띔했다.

회사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 이 회의로 인한 성과라는 평가도 적지않다. 실제 유나이티드는 이 같은 집중회의를 도입한 이듬해인 지난해 매출액 947억원,영업이익 12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올 1분기에도 매출 267억원과 영업이익 50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와 45.6% 성장이라는 호실적을 냈다. 이대로 라면 올해 처음 매출 1000억원 돌파는 물론 1200억원도 무난하리라는 것이 회사 측 전망이다. 강덕영 대표는 "피곤한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임원 몇 명의 양보로 회사와 고객이 모두 웃을 수 있으니 보람만큼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