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기금.민간 배드뱅크로 부실정리

작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금융권의 부실 대출채권이 10조 원가량 불어나며 3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달부터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사들일 계획이며 은행들은 부실처리 기구인 민간 배드뱅크의 설치를 추진 중이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31조 원으로 작년 9월 말보다 10조4천억 원(50%)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실채권 규모는 작년 3월 말 18조8천억 원에서 6월 말 18조 원으로 감소했지만 9월 말 20조6천억 원으로 늘어난 뒤 12월 말 25조4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증가액이 작년 4분기 4조8천억 원, 올해 1분기 5조6천억 원에 달했다.

금융권역별 부실채권은 은행이 6개월 사이에 19조3천억 원으로 8조9천억 원, 저축은행.보험사.여신전문사 등 제2금융권이 11조7천억 원으로 1조5천억 원 늘어났다.

이는 국제 금융위기로 국내외 경기가 가파르게 하강하면서 빚을 제때 못갚은 기업과 가계가 많아지고 건설.조선업종을 선두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부실채권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6월부터 캠코에 설치되는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해 우선 4조7천억 원에 이르는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을 사들일 예정이다.

총 40조 한도의 구조조정기금은 연내 20조 원이 조성돼 절반 이상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 매입에 쓰인다.

시중은행들은 오는 9월 정도에 2조 원 규모의 민간 배드뱅크를 세워 은행 부실채권을 공동으로 인수해 정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런 계획은 캠코가 운영하는 구조조정기금이 부실 채권을 싸게 사들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다만 배드뱅크 출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구체적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또 국민은행이 6월 말까지 3천300억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만들어 매각하기로 하는 등 은행들이 개별적으로도 부실 정리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부실채권이 더 늘어나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따라서 구조조정기금과 민간 배드뱅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