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향한 인간의 집념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를 봤던 사람이라면 우주정거장의 레일에서 힘차게 발차해 우주로 달려가는 은하철도 999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은하철도 999 우주 레일을 건설하라'(스튜디오 본프리 펴냄)는 만화 속에서만 꿈꿨던 은하철도 999의 우주 레일을 현실화하는 프로젝트를 담았다.

2003년 마징가 Z의 지하기지를 현실에서 똑같이 재현해 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화제가 됐던 일본 마에다 건설의 판타지 영업부는 이번엔 땅 위에 거대한 고가다리를 세우고 그 위에 우주 레일 형태의 발사대를 만드는 작업에 나섰다.

마에다 건설은 도쿄도 청사, 요코하마 베이브릿지, 홍콩 신공항 여객터미널, 후쿠오카 야후재팬돔 등 굵직한 공사를 해온 일본의 초대형 토목건설업체로 2003년 2월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공상과학 속의 건조물을 실제 설계해 보는 '판타지 영업부'를 만들고 첫 사업으로 마징가 Z의 지하기지 건설에 드는 비용을 계산해 내 화제가 됐었다.

고공구조물을 세우는 두 번째 프로젝트는 땅을 파고 그 안에 대형 격납고를 만드는 전작보다 훨씬 어려웠다.

원작에 따르면 우주레일의 높이는 은하철도 999에서 유래한 99.9m지만 현실에선 높이 100m에 달하는 롤러코스터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은하철도의 우주레일은 기울기 20도 이상에 좌우지지대도 없는 일자형이고 무게 210t의 기관차가 전속력으로 발진해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99.9m 상공에서 부는 바람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문제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해결됐다.

일본 최대의 철제 기술력을 지닌 미쓰비시 중공업은 부실한 철제구조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자사의 전문가들을 파견해 지원했다.

또 일본제일의 철도박사로 불리는 전문가도 합세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한 결과 총 공사비는 37억엔(약 479억원), 공사 기간엔 약 3년 3개월이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다.

저자들은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하나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마음은 반드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란 당시의 막연했던 가설은 언어의 벽까지 뛰어넘어 서로의 프로페셔널한 면을 융합시킬 수 있다는 확신으로 부풀기 시작했다"라며 "일본뿐 아니라 한국과 다른 나라의 기술자들의 혼에 불이 붙는다면 지구 규모의 건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종 옮김. 232쪽. 1만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