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마음대로는 안돼..정부와 협의 필요
빨라야 6월에나 가능할 듯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빠졌을 당시 받았던 정부의 구제금융을 조속히 상환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뜻대로 바로 갚을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언제쯤 상환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3개 대형 은행들은 금융위기시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라 지원받은 구제금융 자금의 상환을 정부에 신청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소식통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정부로부터 각각 100억달러를, JP모건체이스는 250억달러를 지원받았었다.

34억달러를 지원받았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경우는 지난주에 이를 갚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TARP 자금을 갚겠다는 대형 금융회사는 4곳에, 그 금액은 484억달러에 달한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몇 주 안에 2천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구제금융의 조속한 상환 의지를 밝혔다.

금융회사들이 구제금융을 갚으려는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이 위기에서 회복됐다는 증거이자 자신들이 그만큼 건전하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주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구제금융으로 인한 경영진의 보너스 제한 등 정부의 '간섭'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뜻도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구제금융의 상환은 금융회사가 갚고 싶다고 해서 그냥 되는 일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 중에 일부 소형 은행들은 최근 이를 갚기도 했지만,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는 미 정부가 구제금융 상환의 조건을 정해 놓고 이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이와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은 19개 대형 금융회사 중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 10개 은행이 자본 조달 계획을 제출해야 할 시한인 6월8일까지는 어떤 은행도 구제금융을 상환할 수 없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또 정부는 한 은행이 다른 곳보다 먼저 구제금융을 상환하는 것은 허용치 않을 방침이고, 이들이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 채권을 발행해 스스로 시장에서 자본조달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토록 하는 것도 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달 21일 금융회사들의 구제금융 상환을 감독당국이 승인하는 한 환영할 것이라면서도 당국은 은행들이 대출을 지속할 충분한 자본이 있는지, 금융시스템이 경제회복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신속하게 갚고 싶어도 그 시기는 빨라야 6월 초는 지나야 할 전망이다.

또 구제금융을 빨리 갚겠다는 은행들은 대부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치 않다는 판정을 받은 9개 은행들로, 구제금융 상환도 이들 은행을 중심으로 우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도 미 연방준비은행이 은행들의 구제금융 상환 요청에 대한 첫 반응을 6월 8일을 전후해 발표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현재 몇몇 은행과 구제금융 상환 승인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금융회사들은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자본 확충 능력을 보여주기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18억달러의 자본조달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 모건스탠리는 40억달러 이상의 주식과 정부 보증이 없는 4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JP모건도 25억달러의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했다.

US뱅코프와 캐피털원파이낸셜 등 다른 금융회사들도 자본조달을 했다.

은행들의 구제금융 상환에는 또 한가지 해결돼야 할 사안이 있다.

정부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은행들의 주식을 10년 안에 살 수 있는 주식매수권을 갖게 된 것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정부는 이 주식매수권을 은행에 되팔 수 있고, 경매를 통해 제3자에게 팔 수도 있는데 가격을 많이 받을수록 납세자들에게는 득이 되지만 은행에는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CNBC는 미 정부가 경매를 통해 주식매수권을 매각할 계획이라면서 시장에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몇 달에 걸쳐 매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