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보증서 대출마저 '꺾기'
외국계 은행 저신용자 대출 외면

금융팀 = 은행들이 마구잡이식 금융상품 판매로 빈축을 사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신용위험을 거의 지지 않는 보증부 대출을 해주면서 반대급부로 예금가입을 강요하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 직원들에게 청약통장 가입을 권유해 물의를 빚었다.

특히 외국계 은행들은 저신용자 및 중소기업 대출을 외면하면서 각종 수수료를 잇달아 올려 눈총을 받고 있다.

◇中企대출 꺾기…구조조정 기업에 청약통장 강요
금융감독원은 최근 중소기업 대출 '꺾기' 실태조사에서 일부 은행이 보증부 대출을 해주면서 예금 가입을 강요한 사례를 적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신용위험을 거의 지지 않는 보증서 담보대출을 하면서 해당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 없이 예금에 가입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활용해 잇속을 챙기는 것으로 강도 높은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9일부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을 상대로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면서 예·적금, 펀드, 보험을 끼워 팔거나 후순위채 혹은 은행채 매입, 퇴직연금 가입 등을 강요했는지 정밀 조사하고 있다.

은행들은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유치를 위해 무리한 영업을 펼치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이 상품이 출시된 지 2주 만에 가입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일부 은행은 직원당 200∼300건씩 계좌를 할당한 데 이어 인턴에게까지 통장 유치 경쟁에 뛰어들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워크아웃 회사들에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가입하라고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판매 과정에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소득공제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예이다.

부처 간 이견으로 소득공제 방침이 확정되기도 전에 은행들은 이 상품에 가입하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정부는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가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을 청약할 때만 만능청약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 방침이라고 교통정리를 했다.

◇가산금리 '쑥쑥'..대출금리 인하 '찔끔'
은행들은 또 이익감소를 우려해 최근 가산금리를 종전 1%포인트대 초반에서 최고 3%포인트대까지 올렸다.

가산금리는 대출금리 책정 때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에다 개인 신용도 등을 평가해 덧붙이는 금리이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가산금리가 오르는 바람에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고 있다.

CD금리는 작년 9월 말 5.83%에서 올해 3월 말 2.43%로 내려갔지만 은행의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평균 7.25%에서 5.43%로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마다 차이는 있으나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가산금리를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나마 시중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낮아졌지만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500만 원 미만의 소액대출 금리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은행권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0월 7.58%에서 올해 3월 5.43%로 2.15%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500만원 미만 소액 가계대출 금리는 이 기간 7.69%에서 6.62%로 1.07%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또 예·적금 담보대출 금리 역시 7.12%에서 6.49%로 0.62%포인트 떨어졌다.

◇ 외국계 이기주의 만연..고객정보 보호도 소홀
외국계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저신용자 대출 등 정부 정책을 외면하며 '나만 잘살고 보자'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월 말 기준 32조6천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2조2천억 원 감소했다.

이는 전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4월 말 현재 434조3천억 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12조 원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8조9천억 원으로 1조8천억 원, SC제일은행은 6조5천억 원으로 5천억 원 각각 줄었다.

한국씨티은행도 중기 대출잔액이 7조2천억 원으로 1천억 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4월 말 현재 11개 은행이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고 있지만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HSBC 등 외국계 은행은 출시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또 국내 은행들과 저축은행들이 지난달부터 개점 시간을 오전 9시로 종전보다 30분 앞당겼지만, 영국계인 SC제일은행은 여전히 9시30분으로 유지하고 있어 고객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이 지난달 외화 및 대출관련 수수료를 잇달아 인상한 것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미화 5만 달러를 초과하는 외국송금 수수료를 20달러에서 25달러로 올렸다.

SC제일은행도 그간 별도로 받지 않았던 타 은행에서 자기 은행으로 송금하는 타점발생거래송금 외화수수료를 지난달부터 1만 원씩 받고 있다.

한국HSBC은행도 대출 관련 제반 수수료 비용을 올려 종전 2만 원이던 채무인수 수수료를 지금은 3만 원을 받고 있다.

SC제일과 씨티, HSBC, 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고객정보를 소홀히 다루었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대출상담사들이 은행에서 빼돌린 신용정보를 토대로 무작위로 대출 상담 전화를 거는 등 영업에 활용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은행들은 상담사에게 사무실을 제공하고 간부급 직원이 관리했으면서도 상담사와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