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일류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연설에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과 맥락을 같이하는 내용이 많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고용을 창출하고 질 좋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가 이끄는 클린턴 재단도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상당한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풍력발전 산업으로만 미국에서 30만명의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고 효율적인 냉난방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6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특히 각국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경기부양용 국가 재정 중 많은 돈이 환경 분야에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도 창출하면서 향후 질좋은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은 8000억달러의 경기부양 재원 중 180억달러를 건물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 할당했다"며 "각국 정부가 돈을 풀면서 고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스웨덴의 한 작은 마을을 예로 들었다. 39년 전 고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금속과 유리를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발전을 위해 압축했는데 17년6개월 후에나 투자를 회수하기 시작했다는 것.하지만 지금은 연간 3500만달러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으며 전기료도 훨씬 저렴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도 20년이 됐건,25년이 됐건 화력 · 원자력 발전을 전환하는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 내내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것은 세계의 상호 의존성이 엄청나게 확대됐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세계 경제의 질서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다시 상호 의존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호주의로 회귀하지 말고 무역을 더욱 활발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국가들이 빈곤을 경감시키고 소비자와 생산자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아프리카,동아시아 등의 최빈국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곳에서 기회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인간의 행동은 예측 가능하지 않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이 시간에도 선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얼마 전 만난 버지니아주에 사는 한 친구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석탄을 개발하고 있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또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는데 한 개인이 에너지를 덜 쓰는 공항을 지었다"며 "이 같은 노력들이 모여 2050년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돼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50년,100년 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장 지배적인 국가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서 다자 간의 협력이나 쌍자 간의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각국 정부가 현재의 위기와는 별도 10년 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