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절차를 밟고 있는 크라이슬러가 지난 14일 계약해지된 약 800개 자동차판매점 딜러들이 쌓인 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통신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크라이슬러가 계약해지를 결정한 789개 자동차 판매점들은 몇 주 남지 않은 시간동안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며 쌓여있는 재고차량 4만4000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고민 중이다. 이들 판매점은 계약해지 시한인 오는 6월 9일이 지나면 크라이슬러 차량을 팔 수 없게 된다.

AP는 “자동차판매점들은 차량을 들여오기 위해 받은 대출의 이자로만 수천달러씩의 손실을 내고 있다”며 “딜러들이 파산보호신청 이전에도 잘 팔리지 않던 차들을 어떻게 팔아야 할 지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크라이슬러 딜러들은 차량을 들여올 때 대출을 받아 비용을 치르고, 판매가 이루어지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사업을 꾸려왔다. 그러나 올 들어 지난 4개월 간 판매량이 약 46% 감소해 그동안 납부한 이자로 인해 차를 팔아도 손해를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전문지 컨슈머리포트매거진의 데이브 챔피언 자동차시험부장은 “자동차 딜러들은 쌓여있는 재고를 비우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라이슬러 차량을 판매하는 한 딜러는 “재고가 쌓이는 것은 딜러들의 문제라고 했다”며 “차를 ‘폭탄세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케이시 그래햄 크라이슬러 대변인은 “회사는 차를 다시 매입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재고를 헐값에 팔게 놔둬 시장을 흔들리게 할 생각도 없다”며 “크라이슬러의 새 금융회사인 GMAC를 통해 재고가 시장에 급격히 풀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여기에는 2008년형 모델 4000대가 제외된다.

GM 딜러들의 경우 조금 사정이 나은 편이다. GM은 지난 15일 1100개 자동차판매점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재고차량은 약 6만5000대로 추산된다.

AP는 다만 “GM 딜러들의 상황이 아주 긴박하지는 않다”며 “아직 파산절차에 들어가지 않았고 차를 팔 수 있는 기간도 많이 남아있으며 무엇보다도 GM은 딜러들로부터 ‘바이백’(재고차량을 회사가 다시 사들이는 것) 계약을 맺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파산위기 전부터 자동차 판매량에 비해 너무 많은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라 실적이 낮은 판매점을 줄일 방안을 강구해왔다. 특히 더 적은 수로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했던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체와 비교돼왔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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