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희망업체들 각성 촉구..'질서정연한 파산' 언급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의 독일 자회사인 오펠이 파산할 수도 있다고 칼-테오도르 추 구텐베르크 독일 경제장관이 15일 경고했다.

이번 발언은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캐나다의 마그나 등 오펠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잠재적 투자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펠의 생존과 2만5천여개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온 독일 정부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구텐베르크 장관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인수 희망 업체들이 "오펠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합당한 계획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질서정연한 파산'이 뒤따를 것"이라면서 신탁기관을 설립해 매각 과정에서 오펠의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인수 희망 업체들이 내놓는 인수안의 '실행가능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전날 피아트와 마그나의 인수안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면서 오는 20일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었다.

정부는 인수가 사실상 확정되는 단계가 되면 신탁기관을 설립해 오펠을 인수하는 '잠정적 국유화' 조치를 취한 뒤 매각이 마무리될 때까지 채무보증을 통해 지급불능사태를 막을 계획이다.

구텐베르크 장관은 오펠의 파산이 "오펠과 오펠 직원들에게 성공적인 새 출발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회사 노조는 파산 가능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오펠 직원평의회의 헤랄트 리스케 위원장은 "질서정연한 파산은 결코 우리의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면서 "모든 노력을 투자자들과의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GM은 오펠과 영국의 복스홀 등 GM의 유럽 자회사들이 파산하지 않으려면 유럽 각국으로부터 총 33억유로(약 5조7천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칼-피터 포스터 GM 유럽본부장은 오펠이 잠재적 투자가들과 협상을 지속하는 동안 최소한 10억유로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