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 "북 통보는 사실상 폐쇄 엄포"
현대아산 "사태추이 지켜보겠다" 당혹

북한이 15일 개성공단 관련 법규와 계약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철수해도 무방하다"는 최악의 카드를 빼들자 입주 기업들은 당황해 하면서도 공단 철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주 기업들은 북측의 선언을 `공단 폐쇄 엄포'로 받아들이면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실무회담의 진전을 주문했다.

북한은 이날 개성공단 토지임대료와 임금, 세금 등 기존 계약들의 무효를 선언하고, 자신들이 새로 제시할 조건을 남측이 무조건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면 공단에서 철수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부회장은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은 철수하면 우리가 입을 경제적 손실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저러한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회장은 "지금 북한과 의제가 맞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실무 회담 과정에서 의제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화장품 용기 제조 공장을 운영중인 협의회 배해동 부회장은 이번 상황을 그다지 비관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았다.

배 부회장은 "북측이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려고 통상 시도하는 벼랑 끝 전술"이라면서 "우리 정부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충분히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러한 북측의 일방적 요구와 관련, 임원진이 조만간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도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토지공사의 관계자는 "북한의 통보는 사실상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토지공사는 현대아산과 함께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을 진행했으며 참여정부 말미였던 2007년 말에는 2단계 사업을 위해 지질조사 등 기초조사를 벌였다.

금강산 관광 사업 표류에다 직원 유모씨 석방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현대아산측도 남북 실무 회담이 차질을 빚은 데 대해 난감해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진전 사항을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330만㎡ 규모의 부지(1단계 개발)에 섬유와 화학,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 104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북한 근로자 3만9천여명이 일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박성제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