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줄이려 손쉬운 협력업체 감원..`공기업 효율화의 그늘'

한국공항공사가 경영효율화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인 김해공항의 보안검색 직원을 줄이는 바람에 남은 직원들의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근무여건이 열악해진 것은 물론 보안업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공항 이용객 감소에 따른 경비절감과 효율화 차원에서 고정용역비를 줄이기 위해 공항공사는 김해공항의 보안검색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S사에 인력을 감축하라는 협조요청을 보냈다.

이에 따라 S사는 기존 국제선, 국내선 대인ㆍ화물 검색요원 146명 중 19명을 줄여 4월초부터 127명으로 보안검색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공항공사 측은 김해공항 외에도 제주 4명, 대구 1명 등 지역공항의 보안검색 직원을 줄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력감축 후 S사 직원들로부터 3교대로 진행되는 보안업무의 강도가 높아지고 근무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S사의 한 직원은 "회사를 떠난 인원들의 몫까지 떠맡다보니 보통 1달에 1회씩 돌아오는 종일근무(오전 6시~오후 9시)가 월 기본 3회로 늘어났고 다시 출국객이 증가하는 상황이라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S사의 휴일 역시 주5일제가 보장돼 있는 공항공사와 달리 월 4~5회에 그치고 있어 업무강도가 만만치 않고 가뜩이나 부족한 인원에 휴가를 내기도 눈치가 보여 몸이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라고 직원들은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일엔 국내선 대인검색 담당인 A(22.여)씨가 근무 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일도 벌어졌다.

A씨는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공항 최일선에서 위험물품의 반입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보안검색업무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공항 관계자는 "검색업무는 적외선 탐지기 등 장비를 동원해 위험물품을 적발하지만 결국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고 한번 실수로 치명적인 사고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보안검색인원의 감축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A씨가 쓰러진 것은 빈혈일 가능성이 크고 과로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공항이용객 감소에 따른 고정용역비의 탄력적인 운영을 위해 검색인원을 줄였으며 공항이용객 추이를 보고 증원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강한규 노동상담소장은 "현 정부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고용안정화 방안은 사라지고 `정규직 신규충원 자제, 비정규직(아웃소싱) 채용이나 해고'라는 공기업 구조조정 방법이 힘을 얻고 있다"며 "힘없는 비정규직들은 고용불안정에 더해 인원감축으로 인한 근무여건 악화가 예상되는데 이는 `공기업 효율화의 어두운 그늘'"이라고 말했다.

올 4월말까지 김해공항 출국객 수는 106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4만2천394명) 대비 14%가량 감소했지만 2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