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수입차업체들이 어렵다고요? 포드는 빼 주세요. "

최근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만난 정재희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사장(49)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미국 '빅3'가 동반 위기를 겪고 있지만 포드만이 선방하고 있듯,포드 코리아 역시 국내 시장에서 올해 점유율을 오히려 늘리겠다는 포부다. 정 사장은 "작년 2540대를 판매해 수입차 중 점유율 4%를 돌파했다"며 "올해는 5%를 넘기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포드 코리아는 정 사장의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달 서울모터쇼에도 참여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물론이고 BMW 닛산 등 대형 수입차 업체 9곳이 불참했던 행사다.

정 사장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세일즈쇼의 개념을 모터쇼에 처음 도입했다"며 "덕분에 현장에서 100개가 넘는 계약 및 시승예약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올해 역시 작년처럼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작년 경기침체 속에서도 영업이익을 냈고,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본사와 회계가 통합돼 있어 정확한 내역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포드의 주요 경쟁차종에 대해 물어봤다. 포드 코리아는 중형세단인 토러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익스플로러 및 이스케이프,머스탱 컨버터블 및 쿠페,링컨 MKS,MKZ,MKX,타운카 등을 판매 중이다. 정 사장은 크라이슬러와 GM,일본 대중차,푸조,폭스바겐 등과 경쟁하지만,현대자동차와 같은 국산차와도 소비층이 겹친다고 했다. 가격 품질 안정성 등을 꼼꼼하게 비교 분석하는 소비자들이 포드차를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시장의 성공 여부는 경쟁력 있는 신차에 달려있다"며 "향후 SUV보다 승용차의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도입 모델로는 1800cc 및 2000cc 엔진을 달고 있는 준중형 세단 포커스가 우선 검토 대상이다. 피에스타와 같은 소형차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디젤 엔진을 장착한 중형세단 몬데오를 포드 유럽법인에서 가져와 내년 하반기부터 판매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 사장은 "유가 급등과 불황 속에서 연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적은 연료로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디젤차를 꾸준히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포드 코리아의 판매점은 서울 및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14곳,서비스센터는 27곳에 위치해 있다. 수입차 부품가격이 높은 편이지만,포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소모성 부품은 3년,6만㎞까지 보증수리를 해준다.

정 사장은 올 하반기는 돼야 국내 수입차 시장의 회복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판매 감소폭이 작년 동기 대비 매달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 업계가 다 어렵지만 지금이 오히려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1985년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땄다. 1992년 포드의 한국시장 개발 매니저를 맡은 후 18년째 포드와 인연을 맺고 있다. 2001년부터 포드 코리아 지사장을 맡고 있다. 골프와 스키,등산을 좋아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