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기 상황은 워낙 불확실해 금리 인하 여지가 완전히 닫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4월9일)

"지금 경제는 후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저하게 살아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5월12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경제 관련 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이 총재의 경제 진단도 비관론에서 중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동결을 시작한 지난 3월에는 "실물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표현했으며 지난달엔 "경제가 움직일 때는 내림세 중에서도 일시적인 오름세가 있다"며 비관론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12일에는 "작년 말이나 올 1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비관적으로까지는 안 갈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도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말처럼 변곡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경제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야만 변곡점인 것은 아니며 마이너스 10%에서 마이너스 3%로 감소폭이 줄어도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상황도 최근 다른 나라에서 나오는 이야기(변곡점)하고 기본적으로 인식은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채권시장안정펀드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등을 통한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할 계획인가.

"지금 금융시장 상황으로 봐서 한은이 그런 실질적 조치를 추가로 할 가능성은 적어졌다고 본다. 단지 앞으로도 필요한 분야가 있으면 언제든지 행동은 할 수 있다. "

▼과잉 유동성 논란이 있는데.

"유동성 지표는 광의지표와 협의지표가 있다. 협의지표는 좀 늘었지만 광의지표로는 유동성 증가 속도가 오히려 둔화됐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 지금 상황에서 유동성이 너무 많다고 판단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단기 유동성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는 있다. "

▼최근 원 · 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다고 보나.

"원 · 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었다가 1300원 밑으로 떨어진 상황은 우리나라 수출이나 수입,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꽤 된다고 봐야 한다. 다만 환율은 가격 변수이기 때문에 경제 각 분야의 현상을 반영하는 지표다. 따라서 수출하는 입장에서만 환율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

▼경기 하강 속도가 뚜렷하게 완만해졌다고 밝혔는데 전망이 좋아진 것인가.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며 내년의 경제 규모도 지난해를 못따라 갈 것이다. 2년 전의 경제 규모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근래에 하강 속도가 완만해졌다는 것은 작년 12월이나 올 1월에 생각했던 것 중 비관적인 시나리오까지는 안 갈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이후 경제 상황이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

▼경기 회복 이후의 전략(탈출 계획)을 준비하고 있나.

"공격적 통화 완화 정책을 수습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기준금리를 필요할 때 얼마나 신속히 조정할 수 있느냐는 것은 금통위원들이 결정하지만 주변 여건도 실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같이 협력해야 한다. "

▼시중 단기자금이 800조원이라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람들이 합의하는 단기 유동성 정의가 없어 800조원이 맞다 아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단기성 자금이 많아진 것은 틀림없다. 다만 단기 유동성이 크게 문제를 일으켜 당장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