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 겨냥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국내의 영향력있는 기업인들과 궁극적으로는 해외 바이어들을 겨냥한 고급 브랜드 차량을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지난달 상하이 자동차박람회에서 지리(吉利)는 외관이 롤스로이스 팬텀을 닮은 럭셔리 모델을 선보였다.

지리는 '지리 엑설런스(Geely Exellence)'로 명명한 이 자동차를 10만달러 이상 가격에 주문제작할 계획이다.

지리는 이 자동차가 회사를 점점 확대되는 중국의 도시 중산층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지리의 기술담당 프랑크 자오는 "고급 승용차 제작을 위한 지리의 위대한 꿈을 보여주는데 지리 엑설런스를 활용할 것"이라며 "지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데 고급스런 대형차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지리는 지난주 미국 GM의 사브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에 앞서 몇주전에는 포드의 볼보 인수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측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지리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선진 브랜드 인수가 불가피해보인다.

소형차는 최소한 단기간에는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주된 관심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소형차 구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형차 시장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 가격인하로 자동차업체들의 마진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이다.

경차 QQ를 생산하고 있는 체리(奇瑞)도 부유층을 겨냥한 리치(Riich)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올 하반기에 판매할 계획이며 대당 가격은 3만에서 4만4천달러로 잡고 있다.

이 회사가 기존에 팔고 있는 QQ는 4천500달러다.

체리의 대변인인 진이보는 "그동안 소형차 시장에만 치중했다"면서 "다음 단계는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고급차 개발"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가가치가 높은 차가 디자인과 경쟁력을 제고시켜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의 고급 승용차 개발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자동차는 안전과 품질에서 외국 브랜드에 한참 뒤져있다.

중국 업체들은 첨단 기술에 투자하거나 외국 자문역 영입, 외국 업체에 종사한 중국 인력 스카우트 등을 통해 기술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이런 노력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GM과 합작하고 있는 중국 상하이차가 영국 MG로버의 디자인을 가져와 만들고 있는 로위(Roewe)는 지난해 2만6천7대를 팔았다.

비슷한 크기인 혼다 아코드는 이 기간 17만대, GM의 뷰익은 5만2천대를 팔았다.

중국 업체들은 일단 내수시장을 겨냥하면서 궁극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현재 소형차를 수출하고 있는 체리는 리치 수출에 나설 계획이지만 아직 시기는 미확정이다.

중국의 자동차수출은 글로벌 위기 전까지 잘 나갔다.

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소형차와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팔았다.

지난달 자동차 박람회에서 지리는 고급브랜드인 잉런(Englon)을 선보였다.

잉글랜드와 런던을 섞어 고급스런 이미지를 풍기려는 전략이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중국 자동차업체의 고급화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jb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