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이 일제히 단기 유동성 과잉 우려를 제기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확대 재정 · 통화 정책으로 시중에 넘쳐나는 단기 자금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경우 과거처럼 자산시장에 거품이 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 불안이 완화될 경우에 대비해 정부가 사전에 유동성 회수를 위한 전략을 세워둬야 한다고 연구소들은 주장했다.

금융연구원은 10일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대한 한시적인 직접 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컨대 단기 투자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많은 자금이 이동하고 이로 인해 자금중개기능이 크게 저하된다면 한시적으로 MMF 시장에 대한 직접 규제에 나서는 것도 방안"이라고 말했다. MMF 자금은 올초 이후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연초 90조원에서 5월 초 현재 120조원대로 늘어나 있는 상태다.

그는 "실물 부문으로 자금 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려면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에 대한 최소 투자한도를 설정하거나 투자 대상 증권의 신용등급을 일시적으로 한 단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날 '저금리 정책의 공과와 정책제언' 보고서에서 단기 부동자금 증가에 따른 자산 가격의 상승 압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지금은 현행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을 고려해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 부동자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뚜렷한 인플레이션 신호가 없지만 금융 부실 정리과정이 계획대로 성과를 내고 금융불안이 완화돼 통화 유통 속도가 증가하면 통화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금리 인상보다는 통화증권 발행 등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방안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제안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최근 주택시장 흐름의 특징과 전망" 보고서를 내고 "최근 국내 아파트 가격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거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최대 800조원으로 추정되는 단기 부동자금이 '버블세븐' 지역으로 이동하면 이 지역의 거품이 심화될 수 있다"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추진할 때 적절한 초과이익 환수대책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태/유승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