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첫 여성 통계청장 "통계예산 맞춤형 통계 만들겠다"
국가 예산 · 경제정책 관련 기관들 사이에는 '관료는 성골,학계는 진골,여성은 6두품'이라는 말이 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52)를 신임 통계청장으로 임명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인사로 통계청 설립 17년 만에 첫 여성 수장이 됐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서는 전혀 흥분감을 느낄 수 없었다. 씩씩한 하이톤 음색에 다부진 자신감이 전해졌다. 이 청장은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섬세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통계청 안에서 발휘하고 싶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이 청장은 경제계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여성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만큼 그는 수없이 많은 '유리 천장'에 부딪쳐 왔다. 대표적인 예가 2005년 국회 예산정책처장 후보에 올랐다가 기획예산처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였던 배철호 당시 국가보훈처 차장에게 밀린 일이다. 인사권을 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6개월 동안 임명을 미루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재정부 관료들은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통계청장은 계속 재정부 출신 공무원들이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외의 인사가 난다 하더라도 통계청 내부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통계청장 인사는 청와대가 나름 파격을 시도한 셈이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 청장 발탁 배경에 "금융재정 전문가로서 계량과 통계에 조예가 깊다"면서 "여성이라는 점도 인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경제지표 분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며 "현재 경제 위기 상황에 좀더 잘 대응할 수 있는 통계 자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복지 예산의 전달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이에 맞는 맞춤형 통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중립적으로 수치만을 제시해야 하는 통계청에 신문 기고,토론회 참석 등 활발할 대외 활동을 벌였던 이 청장의 모습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람들의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2년 8개월 동안 있었던 경험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청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과 미네소타대학에서 각각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