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SOC 투자"..총 73조원 투입하는 셈

호주 정부가 경기침체에서 조속히 탈출하기 위해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자 2차례 524억호주달러(50조원상당)의 재정을 투입, 경기부양을 꾀했다.

하지만 경기는 개선되기는커녕 지난해 말 이후 올들어 줄곧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업자 수만 증가해 정부로서는 큰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정부는 실업률이 급등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집권 노동당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우려해 또다시 경기부양을 위한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연방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12일 예산안 편성 때 모두 250억호주달러(23조7천억원상당)를 투입해 멜버른과 브리즈번을 잇는 화물전용 내륙 종단열차를 비롯해 주요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대대적인 확충에 나설 계획이라고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이 10일 보도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 100억호주달러(9조5천억원상당)에 비해 2배이상 많은 규모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투입하는 재정 규모는 774억호주달러(73조원상당)에 달하게 된다.

이번 SOC 투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로,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을, 장기적으로는 국가 생산력 향상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원마련을 위해 '호주건설펀드(BAF)' 동원을 비롯해 각종 차입, 호주철도당국과의 파트너십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SOC 확충에 민간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한편 연금펀드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부유층과 중산층에 대한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주요 소비품목에 대한 소비세 등을 인상하는 등 전방위적인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72억호주달러(6조8천억원상당)로 멜버른과 브리즈번을 남북으로 잇는 화물전용 내륙 종단열차노선을 신설하며 12억호주달러(1조1천억원상당)를 투입해 시드니에서 브랜스턴을 잇는 F3 고속도로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66억호주달러(5조7천억원상당)로는 시드니와 브리즈번 사이 퍼시픽하이웨이 시설개선에 나서고 35억호주달러(3조3천억원상당)를 들여 멜버른을 동서로 잇는 지하철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나온 일부 언론의 보도이기는 하지만 정부는 지난 1차 및 2차 경기부양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국민에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지양하고 대신 SOC 확충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국민에 대한 현금 직접 지급이 '반짝 경기'에는 도움을 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경기부양에는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한편 이번 예산안 편성에서는 세수확보를 위한 세금 인상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보여 국민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또 경기침체 극복과 중.장기 국가건설을 목적으로 동원하는 3번째 경기부양책이 어떤 성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