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1일 영국 런던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두 정상은 G20 정상회의가 아무런 소득없는 회의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구체적인 결과물의 도출을 희망했다.

특히 사르코지 대통령은 새로운 금융규제에 합의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정상은 G20 정상회의 기간 내내 세계 경제위기가 미국과 영국의 앵글로색슨식 자유시장 관행 때문에 비롯됐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두 정상의 '당당한' 모습은 유럽 지도자들이 그동안 미국과 영국인들로부터 과도한 시장규제와 지나친 정부 개입을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다는 점에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은 세계적 경제위기로 유럽 경제 권력의 균형이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부상하고 있다고 7일 분석했다.

자유방임 시장경제를 지향해온 미국과 영국의 이른바 앵글로색슨 자본주의 모델이 이번 경제위기에서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냄에 따라 큰 정부, 시장 규제로 대변되는 유럽식 모델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작은 정부를 골자로 하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대처리즘'이 영국 경제를 회생시키는 기적을 보여준 뒤에도 여전히 큰 정부, 높은 세금, 규제 및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선호해왔다.

실제로 이런 유럽식 경제모델은 이번 경제위기에서 일부 빛을 발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도로와 고속철, 원자력에너지 등 사회기반시설에 지난 수년간 투자한 결과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공공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독일은 수출 주도형 경제모델로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유럽식 모델이 계속 통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 때 유럽 경제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줬던 강점들이 경기 회복기에는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고를 어렵게 하는 규정들이 경기침체기에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지만 경기회복기엔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정부 역시 힘든 시기에는 수요를 유지하는 등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경제가 다시 성장하면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