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인수를 꿈꾸는 다윗(포르쉐)과 이를 막으려는 골리앗(폭스바겐) 간 싸움이 일단락됐다. "(가디언),"폭스바겐과 포르쉐가 한지붕으로 합쳐졌다. "(BBC)

올 1월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의 지분을 51%로 늘리며 폭스바겐 경영권 장악에 열을 올리던 포르쉐가 폭스바겐에 백기를 들었다. 3년여간의 지루한 지분 확보 과정에서 90억유로(120억달러)의 빚을 진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난에 부딪힌 탓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포르쉐와 폭스바겐 가문이 6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만나 다음 달까지 포르쉐와 폭스바겐의 10개 브랜드를 총괄하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경영을 통합키로 했다고 7일 보도했다.

◆세계 1위 넘보는 폭스바겐

포르쉐 관계자는 "구체적 통합 형태는 폭스바겐 지분 20%를 보유한 2대주주인 독일 니더 작센 주정부와 폭스바겐 근로자 대표 등과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폭스바겐,아우디,스코다,세아트,벤틀리,부가티,스카니아 등 9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포르쉐와 폭스바겐은 사실 한뿌리에서 시작됐다. 포르쉐 창업자이자 폭스바겐 '비틀'의 개발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는 페르디난트 피흐 폭스바겐 회장의 외할아버지이자,볼프강 포르쉐 포르쉐 회장의 친할아버지다.

폭스바겐과 포르쉐가 결합된 거대 업체 탄생이 예고됨에 따라 2018년까지 글로벌 1위 업체로 등극하겠다고 밝힌 폭스바겐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판매대수 기준으로 2007년 GM 도요타 포드에 이은 세계 4위 업체에 머물렀던 폭스바겐은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포드를 제치고 3위에 오른 뒤 급기야 올 1분기엔 143만대 판매로 2위를 차지했다. 1위인 도요타(176만대)와의 격차도 작년 1분기 84만대에서 올해 32만4000대로 바짝 좁혔다.

미국을 주력시장으로 삼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도요타와 달리 폭스바겐은 중국 독일 브라질 시장을 공략해 맷집을 키웠다. 올 1분기 도요타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8.7% 줄어든 반면 폭스바겐은 8.7% 감소하는 데 그쳐 비교적 선방했다.

독일 정부의 지원책과 중국의 꾸준한 수요 덕에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4.5% 성장했다. 아우디가 지난해 사상 최대인 100만3469대 판매된 데다 연비가 좋은 소형차에 집중한 점도 폭스바겐의 경쟁력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의 생산은 645만대 수준으로 도요타(885만대)보다 적지만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도요타가 전 세계 공장에서 감산에 나서고 있어 향후 폭스바겐+포르쉐의 생산이 도요타를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포르쉐의 생산은 10만대 정도다.

◆자동차업계 새판 짜기 본격화

최근 피아트가 GM의 오펠 등을 인수해 피아트+크라이슬러+오펠이 결합된 글로벌 2위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데다 폭스바겐과 포르쉐도 경영 통합 계획을 밝힘에 따라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동차 '빅3'가 도요타 GM 포드에서 도요타 폭스바겐 피아트로 재편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무게 중심이 미국 일본에서 유럽으로 넘어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폭스바겐과 피아트가 각각 포르쉐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마세라티 등 최고급 브랜드부터 경 · 소형까지 다양한 차종을 아우르게 된다는 점에서도 위협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미 '빅3'의 브랜드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는 북미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GM의 '새턴' 브랜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닛산도 새턴 인수를 추진 중이다. 중국의 지리자동차는 GM의'사브'와 포드의 '볼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GM의 '허머'도 매물로 등장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GM이 피아트에 오펠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자동차 사업 지분의 30%를 받는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