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개발한 뒤 6개월이면 따라잡히는 신기술보다는 20년간 차별화가 가능한 특허권 확보에 주력해야 합니다. "

서울 역삼동 한국발명진흥회 국제회의실에서 7일 열린 '창조경제와 창조기업 포럼'에 참석한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적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개별 기업의 기술에서 지식재산권(IP)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 기업들은 누가 먼저 특허를 따내느냐를 놓고 새로운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벤처기업협회(회장 서승모)가 주최하고 중소기업청,특허청,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벤처기업 CEO(최고경영자),학계 및 벤처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지식재산권과 고객관계(CR) 확보를 기업가치 평가기준으로 삼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창조경제와 이를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1인 창조기업을 국가적으로 적극 육성하는 방안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민화 회장은 1인 창조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장 장악력은 기업 규모에 정비례하지만 창조역량은 기업규모에 반비례하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1인 창조기업 육성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정부가 1인기업 창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 1000억원의 단기자금을 조성,집행해 1인기업 창업붐을 일으키고 약 10만개의 창업아이디어를 공모해 그 중 30여개를 선정해 투자하면 수만명을 고용하는 창조적 기업군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박광회 한국소호진흥협회 회장도 "창조적 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보다 고용 증가율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되고 틈새시장 개척을 통해 국가경제에 활력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조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앞서 먼저 갖춰야 할 조건들도 제시됐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창조기업이 활성화되려면 '갑'으로 대표되는 대기업이 '을'인 1인 창조기업을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공정한 경쟁환경을 먼저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임 의장은 "열정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공정하지 못한 산업구조로 인해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렵고 진입해서도 큰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시장참여자 간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을 하고 이를 위해 법 · 제도 개선 및 시장관행 혁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한국창업대학생연합회 회장은 주입식 대학교육환경을 개선하고 단계적으로 미래의 경영자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졸업 후 바로 창업시장에 뛰어들면 실패하기 쉽다"며 "창업하기 앞서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고 창업시장을 미리 경험하게 하는 등 체계적인 창업교육시스템에 따라 훈련을 받고,예비창업자들 간 네트워킹에 따라 교류와 협업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정식 특허청장은 "2020년까지 세계 일류 IP를 보유한 기업 1000개를 육성할 계획"이라며 "한국을 세계적인 지식재산중심지(IP Hub)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역량을 가진 1인 창조기업이 효율적인 R&D(연구개발)를 통해 지재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