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그룹사주 사재내놓는 방안도"

금융팀 = 최근 채권은행들의 재무구조 평가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대기업그룹은 비주력 계열사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규 대출 중단과 여신 회수 등 불이익을 받게 되며 구조조정 실적이 미흡한 주채권은행장은 금융당국의 문책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부실 그룹들이 채권단이나 정부의 지원을 받기위해 겉으로는 그럴듯한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고 있으나 거의 실천을 하지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은행을 통해 가시적인 구조조정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기업평가 인력과 조직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 "재무개선약정 미이행땐 금융제재"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3일 "재무구조가 취약한 그룹은 채권단과 현실성 있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약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채권은행이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여신을 회수하는 등 금융제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그룹이 실효성 없는 자구 방안을 제시하고 시간을 끌지 않도록 주채권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은행들의 대응이 미흡하면 기관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총 신용공여액의 0.1% 이상을 차지하는 45개 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재무구조 평가에서 14곳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며 11곳은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부채 규모 기준으로 10대 그룹은 2곳, 11~20위는 1곳이며 나머지는 20위권 밖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번 구조조정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도 높게 할 것"이라며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해 군살을 빼고 핵심 사업 위주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재출연..경영진 퇴진도 각오해야"
채권단은 문제 그룹의 경우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필요하면 그룹 사주가 사재를 내놓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며 만일 약정을 이행하지만 못하면 경영진 퇴진도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룹을 회생시키기 위해 은행 고객이 맡긴 돈이나 공적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지않을 경우 사주나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지않으면 모럴해저드라는 여론의 비판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예전과 달리 이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된다는 이유로 `조금 버티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며 "구조조정을 할 기업들이 빨리 구조조정 돼야 건실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어야 하는 그룹이 지난해 6개에서 올해 11개로 급증할 정도로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대기업그룹의 부실화 가능성을 사전에 막지 못하면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됐다.

채권단이 오는 6월 말까지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인 개별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끝내면 금융감독원은 7월에 제대로 평가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1천422개 대기업에 대한 기본 평가에서 400여 곳에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이중 구조조정 대상을 골라내기 위한 세부 평가를 이달부터 한다.

◇ 은행권, 기업구조조정 `올인'
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함에 따라 인력과 조직 정비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말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개선지원단을 신설했으며 당시 30여 명이던 인원을 지금은 50여 명으로 늘렸다.

농협은 여신관리부 산하에 기업개선단을 설치한 데 이어 담당 인력을 작년 말보다 배 가량 증가한 72명을 배치했다.

신한은행은 기업금융개선지원본부의 인원을 최근 51명으로 20여 명 늘렸다.

40여 명으로 기업경영개선부를 운영하는 국민은행은 기업 신용위험 평가에 10여 명을 더 투입할 예정이며 하나은행도 구조조정 담당 부서의 인력을 대폭 증원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은행장이 직접 구조조정 업무를 챙기도록 하고 미흡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한만큼 옥석을 가리기 위한 정밀한 기업 평가를 위해 담당 부서의 인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0일 "이번에는 감독당국이 추진 상황을 상시 점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은행별로 구조조정 전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