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다 정부의 정책지원 효과까지 겹치면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금리상식이 속속 깨지고 있다. 부도위험이 더 높은데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목돈을 한꺼번에 맡기는 것보다 적금을 하는 것이 더 많은 이자를 받고,신용대출이 보증기관 보증을 받은 대출보다 금리가 더 낮은 기현상들이 생겨나고 있다.

올 들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 대출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금융시장 왜곡의 징표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을 의무적으로 늘리도록 목표량까지 할당하는 바람에 은행들은 우량 중소기업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다.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다 보니 중소기업 대출이 연 4% 수준까지 낮아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봐도 지난 1월 신규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5.88%로 대기업 대출 금리 6.08%에 비해 0.20%포인트 낮았고,2월에도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5.51%로 대기업보다 0.20%포인트 낮았다. 지난달 역시 중소기업 대출 금리(5.45%)가 대기업(5.58%)보다 0.13%포인트 낮았다.

신용대출 금리가 정부보증을 받은 대출금리보다 낮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중 신규 보증대출 평균 금리는 연 5.89%로 신용대출금리(연 5.71%)보다 0.18%포인트 높았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금리가 올해 1학기 기준 연 7.3%에 이르는 등 시중금리보다 높게 책정된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 금리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함께 높아졌다. 반면 신용대출은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 위주로만 이뤄지다 보니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편드 투자 열풍이 불면서부터 외면받던 정기적금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를 넘어선 것도 이례적이다. 은행들의 신규 정기적금 평균금리는 지난 2월 연 3.48%,3월 연 3.13%였다. 이에 비해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 2월 연 3.24%,3월 연 2.90%로 각각 0.24%포인트,0.23%포인트 낮았다.

적금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를 앞지른 이유는 정기예금의 만기가 갈수록 짧아지면서 은행들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한 적금으로 눈을 돌린 때문이다. 지난 3월 취급된 은행권 정기예금의 30.6%는 만기가 6개월 미만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이라고 은행권은 분석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