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제시한 자구안 제출 시한인 30일이 임박한 가운데 크라이슬러 주요 채권은행이 부채 경감 조건에 합의해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 신청 없이 정상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은 28일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크라이슬러의 주요 채권단 대표들이 69억달러의 보증채권에 대한 권리를 현금 20억달러만 받고 포기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크라이슬러를 대신해 협상을 추진해온 미 재무부는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와 채무 경감 협상을 벌여왔다. 이들 4개 채권은행은 담보 등이 있는 크라이슬러 보증채권의 70%를 갖고 있다.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채권단도 채무 경감에 동의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양보를 해야 크라이슬러를 살릴 수 있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발언 취지가 반영된 협상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크라이슬러 노조(UAW)는 임금과 복지 수준을 노조가 없는 일본 도요타 및 혼다 수준으로 낮추기로 회사 측과 잠정 합의했다. 또 퇴직자건강보험기금 출연금 중 절반을 회사 주식으로 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노조는 새로 출발하는 크라이슬러의 지분 55%를 보유한다. 현재 제휴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피아트는 새 크라이슬러 지분 20%로 출발해 지분율을 35%로 확대하게 된다. 나머지 10% 지분은 미 정부가 구제금융 자금 일부를 출자전환해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크라이슬러 2대 주주였던 다임러는 보유지분 19.1%를 크라이슬러의 최대주주인 서버러스캐피털 매니지먼트에 양도하기로 전날 합의했다. 다임러는 크라이슬러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크라이슬러의 채무 15억달러를 탕감해주고 앞으로 3년 동안 크라이슬러 연금기금에 6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채권단 및 노조와 잇단 협상 타결로 피아트와의 제휴 협상 걸림돌이 차례로 해소됨에 따라 크라이슬러는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지 않고 정부 추가 지원을 받아 극적 회생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라이슬러의 금융 자회사인 크라이슬러파이낸셜을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인 GMAC와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크라이슬러파이낸셜의 대출 자산을 GMAC에 넘기고 GMAC가 GM과 크라이슬러의 딜러 파이낸싱업무를 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크라이슬러의 대주주인 서버러스캐피털 매니지먼트가 크라이슬러파이낸셜과 GMAC의 대주주인 만큼 합병을 결의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크라이슬러가 채권단과 노조의 양보를 얻어 파산보호 신청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GM도 배수진을 치고 채권단과 노조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GM은 1000곳의 딜러를 강제 폐쇄하기로 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