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지원 문제를 놓고 대주주인 미국의 GM 본사와 한국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기싸움에 돌입했다.

28일 금융계 등에 따르면 GM 미국 본사는 GM대우에 대해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가 우선 지원하지 않으면 본사로선 지원할 방안이 없다는 벼랑 끝 전술로 버티고 있다.

산업은행 역시 GM 본사가 지원을 약속하지 않으면 GM대우에 대한 유동성 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양측간의 팽팽한 기 싸움은 결국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간 GM대우 지원 방안에 대한 협상 줄다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GM 본사는 미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고, GM대우의 주주이자 채권은행인 한국의 산업은행 역시 금융공기업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GM대우 처리를 놓고 최대한 유리한 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양측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양측이 결론을 낼때까지 GM대우가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일단 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권이 5~6월 중에 만기 도래하는 GM대우의 5억 달러 안팎 선물환계약의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GM대우가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 GM 美 본사 "GM대우 지원없다" 배수진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GM 미 본사의 레이 영 최고재무책임자 겸 부사장은 27일 디트로이트 현지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에게 "GM 본사가 GM대우에 투자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GM 본사도 해외 투자 금지 조건으로 미 재무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해외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GM이 GM대우에 새 투자를 하려면 재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측이 지원하지 않으면) GM대우는 엄청난 재정적 어려움에 빠질 것이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뒤 'GM대우에 대한 포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는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캐나다 본사에도 투자가 어려워 캐나다 정부에 30억 달러의 브리지론을 요청했고 브라질, 호주 등에 대해서도 현지 정부에 지원방안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GM대우에 대해서도 이같은 해외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봐달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오는 6월1일까지 GM 측이 납득할 만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하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방안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면 GM은 파산보호에 들어간다.

금융권에서는 GM이 해외 정부로부터 최대한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절박한 처지를 협상카드로 내세우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 産銀 "우리도 공기업..공동 지원이 우선"
산업은행 역시 GM대우에 대한 본사의 대응을 협상의 줄다리기 차원으로 풀이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미국 GM 본사가 GM대우 처리를 놓고 협상의 차원에서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GM대우에 대해 GM 본사가 지원을 약속하면 유동성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즉 GM 본사가 GM대우의 영업을 보장하고 공동 지원 등에 대해 확약만 해준다면 자금지원을 통해 GM대우를 살리는 데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산은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으로, GM대우에 대한 지원 문제는 정부 부처와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산은은 지난 23일 닉 라일리 GM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사장과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이 방문해 유동성 지원을 요청한 자리에서도 "GM 본사가 지원하면 우리도 지원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산은은 GM대우에 대해 2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산은 측은 만약 GM 본사가 GM대우에 대해 최악의 처리 방향을 선택하거나 '나 몰라라' 식으로 대응한다면 산은 역시 최악의 선택을 하지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은 GM 본사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만큼 GM대우 처리 방안에 대해 미국과 한국 정부가 결국은 협상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산은 등 국내 은행권은 GM대우의 숨통을 열어주기 위해 5~6월 중 만기도래하는 GM대우의 선물환 계약 8억9천만 달러 중 5억 달러 안팎의 만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선물환 계약 만기 연장에 대해 일부 은행과 의견 조정이 필요하나 5~6월 중 만기 도래하는 선물환 계약의 절반 정도는 만기 연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