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시된 2010년 예산안 편성.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은 정부의 시선이 위기탈출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서 재정건전성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 정상화 및 위기 이후 기회 선점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올해에 비해 강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그 자리를 중기적 관점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려가 채워지고 있다.

다만 일자리 창출과 성장 잠재력 확충에 최우선 순위를 둬 위기 탈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일자리.성장잠재력 확충 지원
정부는 내년 예산안 작성 지침을 통해 경제 정상화를 뒷받침하고 재정건전성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좀 더 자세히 보면 경제의 정상궤도 진입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은 지속하되 그 폭은 축소하고 중기적 관점에서 재정건전성 관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가정하에 마련된 일종의 출구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악화된 재정수지를 중기적 관점에서 관리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일자리 창출과 성장률 제고 효과가 높은 사업들은 중점 지원해 고용 효과와 경기 대응력을 극대화하겠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지출은 줄일 계획이다.

이용걸 재정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예산 편성 지침의 틀은 위기 이후에 기회를 선점하는 것과 재정건전성 두 방향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 가운데 어디에 중점을 둘지는 내년에 경제 성장이 어느 위치로 가느냐가 관건으로 7~8월이면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미래성장동력 재정투자 확대
정부는 미래성장동력 발굴 육성 차원에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투자규모를 2012년까지 지난해 대비 1.5배 확대한다는 목표로 재정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녹색기술.신성장동력 및 기초.원천연구 등 분야가 투자 대상이다.

사회간접자본 부분에선 4대강 살리기, 30대 선도 프로젝트 등 주요 국책과제 위주로 투자 우선순위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업의 시급성과 편익이 높은 사업 위주로 투자하고 신규사업 추진을 억제하며 완공 사업에 중점을 둔다.

해외자원개발 역량을 확충하고 저탄소 에너지시스템 구현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보급을 활성화한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금융정상화 추세를 감안해 축소하고 경쟁력이 열악한 기업은 구조개선 지원 방안을 강구한다.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지원하고 기후변화 대응 및 저탄소 녹색 성장을 위한 환경기술 분야를 배양할 예정이다.

초중등교육 분야에 대한 한시적인 국고지원 사업은 향후 지방교육재정으로 돌리고 군은 감시정찰.지휘통신 등 핵심 전력증강 사업을 우선 지원한다.

◇ 재정건전성 관리 강화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선 다양한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우선 기금.특별회계의 여유재원을 일반회계와 통합해 활용할 계획이다.

공기업의 여유재원 역시 활용해 늘어난 재정지출에 따른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재정사업 중 민간의 효율성이 필요한 경우는 이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정책효과가 특정지역 또는 특정인에게 한정되는 사업은 지자체와 수혜자 부담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규사업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재정지원에 앞서 규제개혁 등 제도개선을 통해 동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우선 검토하고 부처가 신규사업을 요구하면 원칙적으로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하게 할 방침이다.

기존 사업도 국정과제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만들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은 축소 또는 폐지한다.

유사.중복 사업도 통폐합하고 기관간 업무도 명확히 구분하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내년 국세수입 증가율이 둔화되고 세출은 전반적으로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를 중기적 관점에서 점차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런 지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