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지급결제 기능 허용과 실손보험 보상 한도 축소, 개인질병정보 제공 등 보험업계의 각종 현안이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와 의원들이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6월 국회로 넘기기로 했다.

워낙 민감한 내용이 많아 이해관계자 간 의견이 심하게 엇갈리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우선 보험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정부 법안에 대해서는 은행권이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 문제를 들고 나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은 보험의 사업 속성상 대형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사태 때 지출이 늘면서 지급결제 기능이 마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고, 보험업계는 지급결제 기반이 되는 자산은 고유자산과 분리해 안전하게 운용할 것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발의한 의료실손보험 보상한도 제한과 관련해서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실손보험 보상 한도를 현행 100%에서 일정 수준으로 낮출 경우 손보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되지만 80%만 보장되는 상품을 팔고 있는 생보업계는 경쟁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작년 5월 실손보험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노하우나 보험금 통계가 없다 보니 손보사들과 같이 100%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80% 보장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보험사기 조사 시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 가입자의 질병정보를 활용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도 보건복지가족부와 보건의료단체 등에서 극도로 민감하게 대응하는 사안이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금융위원회가 보험사기 사건을 조사할 때 국가나 공공단체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국무회의 의결에 실패한 개정안과 사실상 같다.

이 밖에도 전화를 이용한 보험모집행위 금지와 장애인 차별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들도 모두 일단 처리가 유보됐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