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의 미국 고객 조세포탈 방조 혐의를 둘러싼 미국과 스위스 정부 간 힘겨루기가 외교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스 루돌프 메르쯔 스위스 대통령 겸 재무장관이 지난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에게 “스위스-미국 간 과세조약 개정을 대가로 UBS은행에 대해 제기한 소송을 취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26일 보도했다.

미국 국세청(IRS)은 최근 UBS은행이 미국 부유층의 148억달러 규모 세금탈루를 도운 정황이 포착된다며 5만2000여명의 고객 정보를 넘겨줄 것을 요청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앞서 UBS는 별도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미 정부의 기소를 피하기위해 지난 2월 IRS에 7억8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고 255명의 고객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스위스 정부는 이같은 미국의 추가 요구가 의회승인과 국민투표를 통과해야하는 스위스-미국 간 새로운 과세조약 이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스위스에 은행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게 과세협정을 개정할 것을 요청했다.이에대해 메르쯔 장관은 “탈세 방지를 위해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각국의 무분별한 조사 요구에는 일일이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계좌은닉과 조세포탈 등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스위스 등 은행 고객 비밀을 엄격하게 지키는 나라에 칼을 겨누고 있어 미국과 스위스 간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8일 스위스 베른에서 새로운 조세조약 관련 미국과 스위스 당국자 간 첫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논의 결과에 따라 미국이 UBS에 대한 법적조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