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중공업 마북리 로봇연구소.휴일인 지난 25일에도 연구원들이 환자의 몸에 칼을 대지 않고 방사선 레이저 등을 이용해 상처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비침습' 의료용 로봇 개발에 한창이었다. 이 연구소에서는 국방부에서 로봇을 활용한 전투체계를 확정짓는 대로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군사용 로봇의 원천기술 연구에도 힘을 쏟고 있다.

태양광 발전용 솔라셀 운반 로봇은 당장 주문만 들어오면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을 확보했다. 마북리 연구소 관계자는 "자동차와 전자 분야의 산업용 로봇 기술을 응용해 의료 · 군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조선소 내에 있는 현대중공업 로봇공장.공장 한 켠에는 사람 한 명 없는 가운데 7대의 '로봇 팔'들만 '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 400kg짜리 쇳덩어리를 들고서도 '로봇 팔'의 움직임은 떨림 없이 자연스럽다. 6개의 관절을 가진 로봇팔은 인간의 팔이 할 수 있는 범위의 80~90%정도까지 움직일 수 있다.

세계 1위 조선회사 현대중공업이 로봇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 조립용 '6축다관절 로봇'과 액정표시장치(LCD) 운반 로봇에 이어 군사용 로봇,의료용 로봇 개발에도 나섰다. 수십만t 짜리 대형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와 정밀 기술이 요구되는 로봇은 얼핏 어울리지 않을 법도 하지만 로봇사업은 현대중공업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1984년 로봇사업팀을 발족한 뒤 꾸준히 시장과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현대重 "세계 최고 조선 기술로 의료ㆍ군사용 로봇 도전"
현대중공업 로봇공장은 100% 국산 기술로 6축다관절 로봇을 월 200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생산 대수는 1450대.연간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생산 및 판매목표는 2000대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세계 시장의 7%,국내 시장의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일본의 야스카와 파낙 가와사키,스웨덴의 ABB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다.

손수언 로봇시스템 영업부장은 "매년 20%씩 생산량을 늘려 2014년까지 연간 5000대 규모로 키울 계획"이라며 "세계 3위 안에 들어가는 로봇 생산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로봇사업팀은 지난해부터 주력 모델인 6축다관절 로봇 외에 LCD 운반 로봇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140대를 만들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했고 올해는 생산규모를 5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중국 최대 LCD 생산업체인 BOE와도 납품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만 진출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LCD 운반 로봇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6400대에서 올해 6800대,2010년 7300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 부장은 "로봇 한 대의 부가가치는 자동차 한 대보다 평균 3배 정도 높다"며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1984년부터 지금까지 2만여대의 로봇을 팔았지만 로봇사업은 선박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90년대 말에는 그룹 내 열위사업으로 분류돼 사업이 중단될 뻔한 적도 있었다.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유지해온 사업이 선박 수주가뭄속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제어기까지 국산화한 기업은 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정부가 로봇산업을 한국의 강점인 IT(정보기술)에 접목시켜 5년 내에 미국,일본 등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현대중공업의 로봇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