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충격..불황 장기화 불가피

금융팀 =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이 급감한데다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제조업 생산이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했다.

제조업은 다른 산업에 대한 연관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고 고용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경제 전반에 큰 파급을 미친다.

◇ 제조업 사상 최악..성장 갉아먹어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제조업의 성장률은 -13.5%로 작년 4분기(-9.1%)보다 더 악화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제조업 성장률은 작년에 1분기 9.1%, 2분기 8.4%, 3분기 5.6% 등으로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보이다 4분기 들어 가파르게 내려갔다.

1분기의 제조업 성장률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장 낮은 제조업 성장률은 1998년 2분기의 -11.7%였다.

1970년 이후 제조업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경우는 드물었다.

분기별로는 ▲1979년 4분기 -0.1% ▲1980년 1분기 -3.3%, 2분기 -3.8%, 3분기 -1.4% ▲1992년 -0.2% ▲1998년 1분기 -7.0%, 2분기 -11.7%, 3분기 -9.9%, 4분기 -3.1% 외에는 없었다.

1970년 이전에는 분기별 통계는 없고 연간 성장률만 작성됐다.

연도별로는 1953년 0%, 1955년 21.3%, 1960년 8.2%, 1965년 20.5%, 1970년 19.9% 등으로 상당히 가파르게 성장했다.

따라서 올해 1분기의 제조업 성장률은 6.25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분기의 제조업 실질 생산액(2005년 기준)은 5년 전 수준에 그쳤다.

2004년에는 1분기 46조7천379억 원, 2분기 51조6천99억 원, 3분기 49조4천775억 원, 4분기 53조3천460억 원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의 제조업 주력업종이 수출 중심이어서 대외 의존도가 높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하면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제조업, 경제성장률에 타격
1분기 경제성장률이 -4.3%로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보인 데에는 제조업 생산이 급감한 영향이 가장 크다.

건설업 생산은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로 0.6% 늘었고 농림어업도 1.2% 증가세를 보였다.

서비스업은 0.5% 소폭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 급감은 기업들이 제품 생산보다는 재고를 처리하는 데 주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분기 경제활동별 성장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이 4.3%포인트, 정부소비가 1.1%포인트 각각 기여했다.

반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각각 -2.5%포인트, -2.1%포인트로 마이너스로 작용했고, 재고증감 항목은 -5.3%포인트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기업이 재고 처리에 나섰다는 것은 그에 앞서 생산을 줄였다는 것으로 성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대내외 수요가 급감하면서 작년 7월부터 재고가 쌓였다가 올해 들어 재고가 조정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생산보다는 재고를 털어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재고 증가율은 작년 3분기 17.3%, 4분기 7.3%에서 올해 1월 0.4%로 크게 둔화했고 2월에는 -4.4%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 생산.고용 전방위적 파급
우리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은이 지난주 발표한 `2007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산출액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6.5%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어 서비스업 40.4%, 건설업 9.3%, 농림어업 1.8% 순이다.

비중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후방효과를 나타내는 영향력계수는 제조업이 1.068로 서비스업(0.887)이나 광업(0.879), 전력.가스.수도업(0.760), 건설업(1.059) 보다 높다.

전방효과를 보여주는 감응도계수도 제조업이 1.035로 서비스업(1.031)이나 건설업(0.605), 광업(0.585)을 웃돌았다.

한은 관계자는 "다른 산업과 영향을 주고받는 전.후방 파급 효과가 모두 기준치인 1을 웃도는 것은 제조업이 유일하다"며 "제조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둔화는 고용 시장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게 된다.

제조업의 3월 신규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만6천 명이 줄어 도소매.음식숙박업(-13만6천명), 운수.통신.금융업(-8만1천명), 건설업(-7만1천명) 등에 비해 감소폭이 컸다.

이에 따라 제조업 취업자 수는 작년 4월 400만1천 명에서 6월 399만3천 명, 9월 392만8천 명, 12월 388만8천 명, 지난달 381만3천 명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제조업 위축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서비스업 등 내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재고 조정이 모두 마무리된 이후에야 제조업 생산이 조금씩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