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엔 우리 경제가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드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경계감이 담겨 있다. 직전 분기 대비 기준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 폭이 워낙 미미해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락 막아

지난 1분기(1~3월)에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과 적극적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없었다면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1분기 정부 지출액은 36조986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7.2%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2006년 4분기(7.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민간소비가 지난해 4분기 -4.6%에서 올 1분기 0.4%로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부 지출이 주로 건설업에 집중되면서 1분기 건설업은 작년 4분기 대비 6.1% 성장했다.

하지만 제조업은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조업 성장률은 전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11.9%에 이어 올 1분기에도 -3.2%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는 올 1분기가 -13.5%로 작년 4분기의 -9.1%에 비해 감소폭이 더 커졌다. 설비투자 역시 전기 대비 기준으로 -9.6%로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경기 바닥 판단은 시기상조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기하강이 상당히 완만해지긴 했지만 GDP 순환변동치 등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여전히 수축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최 국장은 "잠재성장률이 4%라면 분기 성장률이 1% 내외가 돼야 저점신호라고 볼 수 있으며 지금은 저점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1% 올라간 것은 미세한 수치지만 좋은 시그널"이라면서도 "다만 계절적 요인이 있고 전년 동기 대비로 -4.3%는 아직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공일 무역협회장은 우리 경제가 3분기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다만 "3분기에 방향전환을 시작하겠지만 경제 주체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회복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부총재는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확장적 통화신용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