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매입은 불만...가격산정 진통 예고

23일 정부가 내놓은 해운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해 해운업계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업계는 정부와 민간투자자, 채권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약 4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선박펀드를 조성해 운항중인 선박을 매입해준다면 기업 채무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선주협회 양홍근 이사는 "소형 해운사들은 규모가 영세하고, 용.대선이 피라미드식으로 얽혀 있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곳들이 많았다"며 "이들 업체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또 일정 공정률 이상 건조가 진행된 선박은 수출입은행의 제작금융(3조7천억원)과 선박금융(1조원 내외)을 활용해 대출해주기로 한데 대해 높게 평가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작년 금융위기 이후 선박금융이 사실상 올스톱 된 상태"라며 "수출입 은행이 나서 선박 건조자금을 빌려주면 금융 경색이 풀리는 물꼬가 돼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 해운업계에 대한 대외 신인도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해운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면 부실 해운업체는 퇴출되겠지만 양호한 업체는 제대로 평가받아 해운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매입해줄 선박 가격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매김에 따라 매입가격 산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우려된다.

그동안 선사들은 선박 매입가격을 실질 매입가나 장부가, 또는 '시가+α'를 요구해왔다.

한 중소 해운업체 관계자는 "최근 해운시황이 나빠지면서 선박의 시가가 장부가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며 "자금난이 심각해 당장 생존권이 달려 있는 절실한 영세업체가 아니라면 매입 가격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아예 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운사가 민간 투자자로 참여하는 부분에 대해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해운사들은 "해운 시장경기나 투자 참여 조건 등을 따져보고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부실 가능성이 있는 다단계 용.대선을 조기 정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업체 부실에 따른 파장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지만 "해운시장이 호황기로 돌아설 때는 업체의 이익폭이 줄어드는 문제점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