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수뇌부 인사인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한 회의에서 올해 중반에 경기침체가 끝나고 서서히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재닛 옐런 총재는 올해 후반에 "속도가 느리고 다소 희미한 성장"이 이뤄지겠지만 미국 경제가 혼란의 숲에서 빠져나온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놨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 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이들 두 사람이 미국의 경기상황에 대해 상반된 듯한 견해를 내놓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경기흐름을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급격히 추락하던 미국 경제의 하강속도가 둔화되면서 희망의 빛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혀 머지 않아 경기침체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경제지표들 가운데 일부는 이러한 희망론을 뒷받침하지만 다른 지표들은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을 증폭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경제전문가들도 경기침체 탈출 시점에 대한 전망을 섣불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상황을 판단하는 민간기구인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미국이 2007년 12월부터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발표했다.

NBER의 이런 발표는 작년 12월에 나왔으니, 경기침체의 시작을 확인하는데 1년이나 걸린 셈이다.

그러나 경기지표가 일관된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들쭉날쭉하며 혼미한 양상을 보이면서 경제전문가들의 예측력을 뒤흔드는 상황이 빚어진 것은 것은 경기가 점차 바닥으로 근접해가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MSNBC가 22일 분석했다.

즉 경기순환 사이클이 저점을 향해 다가갈수록 일부 지표들이 긍정적인 반면 다른 지표들은 계속 추락하는 모습을 띠면서 마치 톱니처럼 `들쭉날쭉한 회복' 현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편으로 경기저점이 언제인지를 규명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경기침체의 시작을 사후에 판단하는데 1년이 걸린 것 처럼 경기저점 통과를 확인하는데도 상당한 시일이 흘러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혼재된 경기지표들 속에서 기저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1개월짜리 `반짝' 호전된 지표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3개월 이동평균 지표를 통해 계절적으로 특수한 불규칙 요인을 제거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이 경우에도 미 정부가 막대한 경기부양 자금을 투입하는 것과 같은 인위적인 정책 변수가 작용하면 자연스런 경기흐름을 읽어내는데 있어서 착시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하강을 멈춘 것일 뿐, 탄탄한 성장세로 옮아가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연말에 경제가 성장세를 타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실업률은 내년까지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MSNBC는 기업이 다시 고용을 늘리기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양산된 500만명이 넘는 실업자들을 모두 흡수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추락한 주택가격과 주가가 과거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다시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팅턴자산운용의 매니저인 피터 소렌티노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사례로 볼 때 신규주택 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고 난 후 기존주택의 매매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까지는 2∼3년이 걸린다"고 말해 이번 경기침체의 진앙이었던 부동산 시장의 해빙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시스템의 불확실성도 경기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미 재무부는 19개 대형은행들을 대상으로 경기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가상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취약한 은행들이 드러날 수도 있다.

컬럼비아대학의 프레더릭 미쉬킨 교수는 1929년 증시의 붕괴 이후 31년 경제가 일시적으로 안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은행들이 다시 연쇄부실에 빠지면서 대공황을 초래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미국 경제가 결코 어두운 숲에서 빠져나온 것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