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중국산(産) '짝퉁' 철강제품에 이어 일본의 덤핑 공세까지 겹쳐 몸살을 앓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업체들은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정부에 반덤핑 제소를 위한 청원 절차를 밟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 내수가격 절반값에 '떨이' 공세

JFE스틸 등 일부 일본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t당 1000달러가 넘던 열연강판 가격을 이달부터 420달러에 공급하는 '초강수'를 두기 시작했다. 일본 내수 가격(t당 약 860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철근 역시 중국산보다 30%나 싼 t당 478달러에 쏟아내고 있다. 일본산 철근 수입량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1만t에 불과했던 일본산 철근 수입 규모는 2월 1만9000t으로 늘어났으며 지난달에는 4만3000t으로 급증했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조만간 열연강판 및 철근 값을 추가 인하하는 방안까지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일본산 철강재 수입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일본 철강업체들이 철강재를 제조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밀어내고 있는 이유는 감산 폭을 줄이고 재고 물량을 소진해야 하는 속사정 때문이다. 한국 시장 공급에 들어가는 운송비가 가장 저렴한 이점을 살려 국내에 덤핑 제품을 쏟아내는 측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철강업체들이 초저가 공세를 올 하반기까지 이어가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판매량을 줄이고 추가 감산에 돌입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한 국내업체는 신규 설비 가동시기를 늦춰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의존도 높인 뒤 가격 대폭 올릴 가능성

일본 철강업체들의 덤핑 수출에는 당분간 적자를 내더라도 일단 한국 철강시장을 확대해놓고 나중에 가격을 올려 이익을 내려는 속내도 담긴 것으로 국내 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 초 한국 시장에 열연강판을 t당 500달러에 공급하다 하반기 들어 수요가 공급량보다 많아지자 열연강판 가격을 t당 1000달러로 인상,동부제철 현대하이스코 세아제강 등이 곤욕을 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철강 수요 업체들이 일본으로부터 초저가 철강재를 수입하면서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일본산 소재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것은 수요 업체의 원가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으나,중 · 장기적으로는 국내 철강 및 수요 업체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일본의 덤핑 수출에 앞서 중국의 편법 수출로 인해 이미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최근 보통강에 합금용 첨가제인 보론(붕소)을 넣은 철강제품을 합금강으로 위장,국내에 수출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는 중국산 짝퉁 철강재 유입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았다. 중국산 12㎜ 철근이 13㎜ 제품으로 납품되기도 하고,불량 철강재가 품질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거나 국내 제조업체의 제품 라벨을 도용해 국내산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철강업체들이 이처럼 '도'를 넘은 공세를 펼치면서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철강업계가 공정경쟁을 통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 철강업체들의 덤핑이나 편법 수출 때문에 국내 철강시장이 혼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의 철강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한 · 중 · 일 철강업계가 철광석,유연탄 등 원료 도입 과정에서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고 협력관계를 확대하는 등 상호 신뢰를 다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