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영희 노동부 장관(사진)이 "일자리 나누기는 단기적 처방 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이 장관은 22일 서울 강남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주최 조찬포럼에 연사로 나와 "일자리 나누기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며 "경우에 따라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배가 풍랑을 만나면 짐을 어쩔 수 없이 버려야 난파를 막는다"며 "실제로 언제까지 마냥 일자리 나누기를 이어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풍랑(경제 위기)을 만난 배(기업)가 짐을 버리지 않고(일자리 나누기) 버티다가는 난파할 수 있다는 요지다. 다시 말해 불황의 터널이 길어지면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또 "(일자리 나누기는) 다른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도 아니다"며 "반드시 해야 할 (경제 위기) 극복 체계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서도 고민을 토로했다. "노동자에게 부담을 강요하고 이를 빙자해 임금을 깎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강요해서는 안 되고 기업이 중요성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도 했다.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경영 논리를 잣대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최근 재계와 노동계 일부에서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한 노동연구원 박사는 "일자리 나누기가 긴급 피난형 정책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 · 장기적으로는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사회적 측면에서 바람직한 영향이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부담을 짊어져야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일자리 나누기가 우수 인재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고 적절한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나누기의 긍정적 측면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일자리 나누기는 시장의 논리에 맞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적 공동체 문화를 다지고 기업 발전을 이끄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근로자들의 신뢰를 쌓고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중 · 장기적인 투자 수단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 장관은 다음 달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장관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올해에는 고용 문제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