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으로 관광객 다소 줄었지만 아직은 괜찮아"

"환율이 내려가면서 좀 준 것 같더니 골든위크가 다가오면서 다시 늘고 있는 것 같아요."

21일 오후 서울 명동 초입에 위치한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강모(30) 씨는 일본 여성들을 상대로 여러 제품에 대해 설명하느라 쉴틈도 없어 보였다.

올초 1천600원 수준까지 치솟았던 원-엔 환율이 최근 1천300원대로 내려가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 기자의 우려와는 달리 10평 남짓한 이 화장품 매장 안은 한 달전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북새통이었다.

비바람과 함께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명동거리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매장들은 관광객들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강 씨는 "일본 여성들이 여전히 비비크림을 많이 찾고 있어 매출이 괜찮고 최근 별로 달라진 점은 못 느끼겠다"며 "한국에서는 2만 원 정도인데 일본에서는 3만5천 원 대에 팔리고 있다고 하니 관광객들이 여전히 많이 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장품 매장 안의 일본인 여성들은 가격을 꼼꼼히 따져묻는 경우는 없었고 대부분 바구니에 이것저것 여러 제품을 `마구' 담고 있었다.

제품에 대해선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난 데다 대부분 저가화장품 브랜드에서 1만~2만 원대로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가격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20대로 보이는 일본인 여성은 책자에 소개된 물건들을 가리키며 같은 제품을 찾아달라고 했고, 옆에 있던 다른 여성은 수첩에 따로 메모해온 상품 목록을 보여주며 찾아달라고 했다.

인근에 있는 다른 화장품 매장 점원은 관광객수가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이 점원은 "관광객 수는 지난달에 비해 절반으로 준 것 같은데 환율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매출에는 크게 영향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관광객 수는 감소했지만 1인당 구매하는 금액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점원은 "비비크림 등 한국화장품에 대한 소개가 일본의 여행책자에도 많이 실리고 TV프로그램에도 많이 방영되고 있어 한번에 구매해가는 양이 더 늘었다"고 전했다.

관광안내소 김혜완(55.여) 씨는 "일본 관광객 수가 대략 15% 정도 준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괜찮은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실 1천600원대랑 비교해서 그렇지 1천300원대만 해도 꽤 괜찮은 편 아닌가"라며 "요즘에도 관광안내소에서 하루 안내하는 외국인 수가 200-300명 정도 되고 그 중 80%가 일본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인들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일본의 `골든위크' 특수를 기대하는 것 같다"며 "지금 조금 줄어든 상태지만 그때 또 반짝 오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오는 26일부터 시작해 길게는 5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일본의 공휴일인 `골든위크' 때 한국을 찾는 일본인 여행객수가 9만8천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동 상인들은 지난 3월 춘분절때 일본인들이 대거 몰려온 것처럼 골든위크때에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본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와 명동을 누비고 다닐 것으로 보고 있다.

연휴 기간이 더 긴 만큼 한국에서 쓰고 가는 돈도 그만큼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직은 환율 하락폭이 그리 크지 않은 만큼 관광객들의 소비심리도 그다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명동 거리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사와다 마키코(33.여.간호사) 씨는 "한 달전부터 계획해서 왔는데 환율이 전보다 내린 줄도 몰랐다"며 "여전히 한국 화장품이 너무 싸서 오늘 23만원어치 샀다"고 말했다.

잔뜩 찌푸린 날씨였지만 명동 상인들의 얼굴은 시종일관 밝기만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임수정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