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잔치에 사업비는 `펑펑'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호황을 누리고 자동차보험 사업비는 많이 쓰면서도 보험료 인하는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손보사들이 자동차 보험료의 할증 기준이 되는 보험금 지급액 기준을 20년째 50만 원에 묶어두는 바람에 운전자들이 보험료 인상이 두려워 사고가 나도 보험 처리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 손보사들 실적 호조 `화색'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순이익이 5천968억 원으로 전년보다 25.2%나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 5개 주요 손해보험사의 2008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순이익은 1조96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조564억 원에 비해 3.8% 늘었다.

손보사들은 2007회계연도에는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손보사들이 이처럼 호황을 누린 것은 잠정 집계된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69.8%로 전년의 72.7%에 비해 3%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와 유가 급등 등으로 자동차 운행이 줄고 대형 사고가 많이 발생하지 않아 손해율이 급락했다.

최근 들어 유가가 다소 안정됐는데도 손해율은 지난 1월 75.7%에서 2월 69.8%, 3월 66.9%로 떨어졌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로, 손해율이 71%보다 낮아지면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했을 때 피해자가 중상을 입어도 뺑소니, 음주 등 11개 중대 법규 위반만 아니면 형사책임을 면제하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조항에 대해 지난 2월 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오면서 안전운전에 대한 주의가 커져 손해율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한차례 보험료를 낮춘 상태이므로 일단은 손해율 추세를 좀 더 지켜본 후에 보험료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업비 많이 쓰면서 운전자 `홀대'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떨어져 이익이 나자 보험료를 내리지 않고 대신 영업 경쟁을 위해 사업비를 많이 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5개 주요 손보사가 실제 집행한 사업비는 1조8천95억 원으로 보험료 책정 때 예상했던 사업비 1조7천169억원에 비해 5.4%(926억 원) 많았다.

이중 메리츠화재와 LIG손보는 판매비, 일반관리비, 인건비 등으로 애초 계획보다 11.5%, 10.9%나 많은 1천692억 원과 2천911억 원을 지출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예정했던 수준에서만 사업비를 지출했어도 그만큼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손보사들은 자동차 보험료 할증의 기준이 되는 최저 금액을 1989년 이후 50만 원으로 못박아 두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차량 대물 수리비가 50만 원이면 상당히 큰 금액이어서 관계없었지만 차량이 고가화된 지금은 범퍼가 망가지는 사소한 접촉 사고로도 수리비가 50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보험소비자연맹은 "보험료를 낸 운전자에게 사고 처리를 자비로 하게 만들어 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비합리적인 제도"라면서 "할증 기준 금액을 150만 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할증 기준액을 200만 원으로 올리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에서는 할증 기준액을 올리면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서 무사고 보험자들의 보험료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전체 보험 가입자의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험개발원은 "2007년도 기준으로 할증 기준액에 조금 못 미치는 수리비 30만∼50만 원이 전체 사고 건수 중 28.5%(차량 담보), 32.4%(대물 담보)에 달하는데, 만약 70만 원으로 올린다면 50만∼70만원 구간의 비중이 그만큼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