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한 산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논란이 됐던 산업은행 금융지주회사의 지분 매각 시점과 관련해 여야는 법 시행 후 5년 이내에는 지분 매각에 착수하도록 명문화해 산은 민영화가 후퇴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산은 민영화는 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매각 시기와 방식,사실상 정부에 포괄위임

여야는 이날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를 열어 산은법 개정안 주요 쟁점에 의견 일치를 이뤘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산은 지주회사의 지분매각 시점과 관련,여야는 법 시행 후 5년 이내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당초 지분매각 시기를 못박을 경우 시한에 쫓겨 헐값에 매각될 우려가 있다며 대통령령에 위임할 것을 요청했으나 야당이 지나친 포괄 위임으로 재량남용에 해당한다며 반대,출발 시점만 명문화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여당 일부 의원들도 민영화 추진 의지를 살리면서도 매각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지분매각 시작 시점은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에 출자하는 산은 지주회사 지분은 2013년까지 매각하는 방안이 제기됐으나 매각 전략의 유연성과 협상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여야는 산은 지주회사의 매각 방식과 관련,매각 지분의 규모와 대상은 대통령령에 위임토록 함으로써 사실상 정부의 판단에 맡겼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개정 산은법은 지주회사를 일괄 또는 분리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며 "매각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사실상 정부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지주회사를 대우증권 등 자회사와 묶어 매각하거나 자회사만 별도 분리해서 매각할 수 있도록 하고 하이닉스와 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 등 구조조정 관련 주식도 산은 지주사에 남겨두기로 하는 등 정부 측 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경기회복 시점이 변수가 되겠지만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 임기인 2013년 2월까지 실제 지분 매각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유성 "산은 민영화 3단계로 추진"

산업은행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대로 산은 분리작업에 착수,오는 9월 산은 금융지주회사와 정책금융공사를 각각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담당하게 되며 이미 관련 법안이 지난 2월 임시 국회에서 통과됐다.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지난 18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3단계 기본틀을 통해 산은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민 행장은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돼 민영화를 위한 1단계 작업이 마무리되면 2단계로 산은을 정책금융공사와 산은지주로 분리하되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공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법이 6월 시행에 들어가면 실무기획단의 준비작업을 걸쳐 오는 9월 정식으로 산은 지주회사와 정책금융공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민 행장은 이어 "3단계로 산은지주 지분 매각을 실시하고 정책금융공사는 선진형 정책금융기관으로,산은지주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전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이준혁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