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사들이 잇따라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올 1분기에 전년 동기의 3배에 달하는 42억달러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20일 발표했다.

BoA의 주당순이익은 주당 44센트로 블룸버그통신의 예상치(주당 4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BoA가 자사에 4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한 미 정부에 지급한 4억200만달러의 배당금을 뺀 것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BoA가 예상 밖의 호실적을 낸 것은 지난해 인수한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모기지업체인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이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케네스 루이스 BoA 최고경영자(CEO)는 주주들로부터의 퇴진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BoA 투자자들은 오는 29일 주총에서 루이스 CEO의 재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BoA의 호실적은 지난주 예상을 웃도는 1분기 실적을 잇따라 발표한 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씨티그룹 등의 뒤를 잇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이 좋은 것만으로 은행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높아질 수록 신용카드 및 모기지와 관련된 대출 손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BoA의 1분기 부실채권 상각처리 규모는 작년 동기 27억2000만달러에서 69억4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BoA를 비롯 미 금융주가 일제히 급락세로 출발한 것도 금융주가 악화된 경영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날 다우지수는 최근의 단기급등 부담까지 겹치면서 장초반 8000선이 다시 붕괴되는 급락세를 보였다. 미 컨퍼런스보드가 이날 발표한 3월 경기 선행지수가 전달대비 0.3% 감소해 예상 감소폭(0.2%)을 웃돈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