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허리이자 가계경제의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불황의 귀결인 고용대란이 먼저 청년들의 취업문을 좁히고 자영업주의 생업 기반을 뒤흔들더니 이제는 30~40대 가장들의 일자리를 빼앗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생산지표가 호전되면서 볕들 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의 후폭풍에 해당하는 고용대란은 그 영향권을 넓혀나가고 있는 셈이다.

◇ 작년 9월 청년.자영업주→12월 여성→3월 40대

현재 고용시장은 외환위기 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취약계층부터 시작해 핵심계층으로 옮겨가는 고용대란의 패턴을 답습할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작년 9월 금융위기와 동시에 청년 취업난과 자영업주 폐업이 심화되고 작년 12월에는 여성 취업자가 5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데 이어 지난달에는 30~40대 남성 취업자가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15~29세 청년 취업자 증가율는 작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1%에서 3~4분기 -2.7%, -4.0%에 이어 올해 1분기에는 -5.1%로 감소폭을 키웠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가뜩이나 취업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불거진 금융위기는 기업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면서 작년 하반기에는 취업문이 거의 닫히는 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미 구조조정 과정에 있던 자영업자도 바로 영향권에 들었다.

같은 시기에 자영업 취업자는 각각 -1.1%, -1.2%, -1.6%, -3.4%로 줄었다.

작년 12월부터 넉 달째 600만명선을 밑돌았고 작년 9월 606만명에서 지난 2월 556만명으로 5개월만에 50만명이 줄었다.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일용직은 말할 나위도 없다.

작년 3분기 -2.6%에서 4분기 -3.8%, 올 1분기 -5.3%로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다음은 여성이었다.

여성 취업자는 2004년 1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로 59개월째 증가했지만 12월 -0.2%로 떨어진 뒤 올해 1월 -0.9%, 2~3월 -1.5%로 넉달 째 마이너스다.

작년 10월 1천5만명이었지만 5개월만에 48만명이 사라졌다.

급기야 고용 한파는 고용시장의 핵심인 40대 연령층에도 불어닥쳤다.

금융 위기 이후에도 1% 안팎의 취업자 증가율을 보이던 40대는 1~2월 0.4%에 이어 지난달 -0.4%로 10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 3040男 실업자 증가율 25% 웃돌아

실업자 100만명 시대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40대 남성의 고용도 불안정해지면서 실업대란이 확산일로다.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30~40대 남성 취업자 수는 757만3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만9천명 감소했다.

1999년 3월의 -11만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이 가운데 30대는 -1.5%, 40대는 -0.9%로 30대 남성의 감소폭이 컸지만 40대의 경우 3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이제 막 실업 공포가 들이닥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역으로 실업자 증가율을 보면 더 심각하다.

지난달 전체 남자 실업자 증가율은 전년 3월 대비 21.2%였지만 30대는 25.2%, 40대는 27.4%로 30~40대 실업자 증가세가 더 가파르며 특히 40대에서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설업과 제조업의 부진과 중소기업의 감원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30~40대 남성은 부양 가족이 많은 가장들인데다 가장 안정적인 고용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연령층이라는 점에서 청년 취업난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바로 생계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나누기 지원을 본격화하고 6월부터 희망근로프로젝트에 착수하지만 시차가 있는데다 질이 낮은 일자리 중심이어서 고용안전망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용성 연구위원은 "앞으로 실물부문의 부실이 가시화되면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던 계층에서 구조조정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박용주 기자 prince@yna.co.krspeed@yna.co.kr